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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보택시, ‘회색 고양이’에 야간운행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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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보택시, ‘회색 고양이’에 야간운행 발목

머스크 “어두운 노면 반려동물 식별이 핵심 과제”…일렉트렉, 카메라 중심 전략 한계 지적
야간 도로에서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고양이 모습(왼쪽)과 라이다로 감지한 모습을 비교한 이미지. 사진=일렉트렉이미지 확대보기
야간 도로에서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고양이 모습(왼쪽)과 라이다로 감지한 모습을 비교한 이미지. 사진=일렉트렉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운행시간을 밤 11시까지 한 시간 연장했지만 24시간 운행까지는 야간 물체 인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어두운 도로에서 주변과 색상 차이가 거의 없는 작은 동물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문제를 핵심적인 과제로 꼽았다. 카메라를 사용하는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카메라에 의존하는 자율주행 방식을 고수해온 가운데 야간 저조도 환경에서 물체를 구분하는 문제가 로보택시 운행시간 확대의 걸림돌로 부상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슬라 로보택시 계정은 오스틴에서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 CEO는 이를 공유하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밤에 잘 보이지 않는 반려동물을 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어두운 아스팔트 위의 회색 새끼 고양이를 피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빛이 부족한 데다 물체와 배경의 명암 차이까지 작은 상황에서 카메라가 물체를 정확하게 식별해야 하는 문제를 가리킨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호출을 받았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 15개월이 지난 현재 운행 종료 시각은 당시보다 한 시간 이르다.

◇카메라는 빛 필요…일렉트렉 “라이다는 자체 신호 사용”

일렉트렉은 이번 머스크 CEO의 발언이 테슬라가 선택한 카메라 중심 자율주행 전략의 약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카메라는 물체에 반사돼 들어오는 빛을 이용하는 수동형 센서다. 물체와 주변 배경 사이의 색상이나 밝기 차이가 작고 빛까지 부족하면 식별이 어려워지는 한계를 안고 있다.

머스크 CEO가 예로 든 ‘어두운 아스팔트 위의 회색 고양이’가 대표적인 저조도·저대비 상황이다.

반면 라이다는 자체적으로 레이저를 발사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까지의 거리와 3차원 형상을 파악한다.

일렉트렉은 “라이다의 경우 고양이와 노면의 색상이 비슷하더라도 도로 위로 돌출된 물체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 역시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카메라와 작동 원리가 다르다. 작은 물체를 감지하는 능력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안개, 먼지, 눈부심 등 카메라의 시야를 방해하는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테슬라와 경쟁하는 웨이모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를 함께 사용한다.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는 카메라 13개, 라이다 4개, 레이더 6개가 탑재돼 있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약 4000대에 이르는 웨이모 무인차량은 하루 24시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머스크, 수년간 라이다 불필요 주장

테슬라는 경쟁사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21년 5월 차량에서 레이더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초음파 센서도 없앴다. 테슬라가 판매한 차량에는 라이다가 탑재되지 않았다.

머스크 CEO도 수년간 라이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2019년 4월 “라이다는 어리석은 선택이며 라이다에 의존하는 사람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실리콘 기반 신경망과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라이다와 레이더가 센서 간 충돌을 일으켜 오히려 안전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올해 5월에도 테슬라 카메라의 ‘광자 수 재구성’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이 밤이나 극심한 눈부심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뒤 머스크 CEO가 야간에 도로와 구별하기 어려운 동물을 피하는 문제를 로보택시 운행시간 확대의 주요 과제로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일렉트렉은 이를 두고 테슬라가 오랫동안 배제해온 라이다와 레이더가 바로 이런 저조도·저대비 환경을 보완하는 센서라고 지적했다.

다만 머스크 CEO가 라이다나 레이더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앞서 열화상 카메라 추가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도 AI가 광자 수를 분석하면 일반 가시광선 카메라로도 어두운 곳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 당국, 저시정 FSD 사고 조사 중

테슬라의 야간·저시정 환경 인식 성능은 미국 교통당국의 조사 대상이기도 하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가시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FSD 관련 사고와 관련해 테슬라 차량 약 320만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NHTSA는 조사 과정에서 테슬라 내부의 ‘레이더가 우리를 구한다’라는 제목의 문서 제출도 요구했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테슬라의 오스틴 로보택시는 현재 오후 11시까지 운행하지만 이미 해가 진 뒤 상당 시간 동안 운행한다. 일반 테슬라 차량의 FSD 역시 시간 제한 없이 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한다.

일렉트렉은 이런 점을 들어 단순히 운행 종료시간을 한 시간씩 늦추는 것보다 야간 저조도 환경에서 카메라만으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테슬라 자율주행 전략의 핵심 문제라고 평가했다.

머스크 CEO가 언급한 ‘회색 고양이’는 작은 반려동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렉트렉은 같은 물리적 조건이 도로 위 타이어 조각이나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카메라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이런 극단적인 야간 상황까지 안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로보택시의 24시간 운행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