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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 갈라선 슬로바키아 원전 홀로서기…미국 손잡고 독자 속도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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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 갈라선 슬로바키아 원전 홀로서기…미국 손잡고 독자 속도전 나선다

- 야비스, 약 2848억 원에 체즈 지분 49% 전량 인수…보후니체 신규 원전 단독 소유
- 원전 발전 비중 77.5% 도달 눈앞…미국과 1200메가와트급 원전 협력 양해각서 체결
- 동유럽 대형 원전 수주판 독자 노선 확산…한국 원전 기자재 공급망 분할 수주 대응 요구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신규 원전 개발회사 JESS 지분 인수 계약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계약 체결을 지켜보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이번 계약으로 슬로바키아 국영기업 JAVYS는 체코 CEZ가 보유한 JESS 지분 49%를 인수하게 됐다. 사진=슬로바키아 총리실이미지 확대보기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신규 원전 개발회사 JESS 지분 인수 계약 체결식에서 관계자들이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계약 체결을 지켜보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이번 계약으로 슬로바키아 국영기업 JAVYS는 체코 CEZ가 보유한 JESS 지분 49%를 인수하게 됐다. 사진=슬로바키아 총리실

슬로바키아 국영 원자력폐기물관리공사(야비스)가 2026년 10월 8일(현지시각) 체코 국영 전력기업 체즈가 보유하던 슬로바키아 원자력발전회사(제스) 지분 49%를 1억 8900만 유로(약 2847억 9087만 원)에 인수하며 지분 100%를 독점 확보했다.

세계원자력뉴스(WNN)는 체즈의 공식 발표를 인용해 매각 대금이 미화 2억 1100만 달러(약 2835억 8400만 원) 규모이며, 글로벌 회계법인 이와이가 가치 평가를 맡고 케이피엠지가 검증을 마쳤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슬로바키아가 체코와의 합작을 청산하고 단독 국가 주도 개발 체제로 전환하면서, 동유럽 시장 확장을 노리는 한국 원전 수출 전선에도 사업 구조 변화에 맞춘 세부 대응이 요구된다.

국가 주도 개발로 체제 전환…보후니체 신규 사업 속도


슬로바키아 정부는 2009년 설립 이후 이어온 체코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보후니체 신규 원전 건설을 자국 정부 주도로 이끌기 위해 이번 거래를 매듭지었다. 체즈는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세계적으로 국가 주도 아래 이뤄지며 이것이 매각을 단행한 이유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거래로 지분 100%를 손에 쥔 야비스는 보후니체 원전 부지 개발을 단독으로 이끌게 됐다.
제스는 기존 야슬로우스케 보후니체 원전 인근에 신규 원전을 짓기 위해 2009년 12월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서명식 직후 슬로바키아가 지분 100%를 취득함으로써 제스가 가진 모든 인허가 문서를 단독 활용해 건설 기간을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력을 다해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량 데이터로 본 에너지 자립…원전 발전 비중 77.5% 도달


슬로바키아 정부는 보후니체 프로젝트에 전략적 투자 지위를 부여하며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있다. 피초 총리는 부지 정비와 행정 인허가 단계에서 이미 선제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미국과 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1200메가와트급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슬로바키아는 상업 운전 중인 원자로 5기를 통해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조달하고 있으며, 모호브체 4호기는 시운전을 거쳐 수개월 내 전출력 가동을 앞두고 있다. 모호브체 1·2호기는 1998년과 1999년에 전력망에 연결됐고, 공사가 멈췄던 3·4호기 가운데 3호기는 202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4호기가 전출력에 도달하면 슬로바키아 전력 소비량 대비 원전 비중은 77.5%에 이르게 된다.

피초 총리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신규 원전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 파급 경로와 구조적 리스크 점검

슬로바키아가 제스의 단독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동유럽 원전 시장의 발주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인접국인 체코와 묶여 있던 공동 사업 틀에서 벗어나 개별 국가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발주하는 흐름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미국과의 협력을 축으로 독자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한 점이 이 같은 행보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유럽 원전 시장 확대를 추진해 온 한국 원전 생태계의 셈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를 앞세운 한국 원전 산업은 체코 두코바니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며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슬로바키아가 체코 밸류체인과 거리를 두고 미국 노형을 채택해 단독 발주에 나설 경우 시장 접근 방식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사업 전체를 일괄 수주하는 턴키 방식보다는 원자로 등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는 단품 협력사 형태로 참여 범위가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유럽 원전 시장이 단일 권역이 아닌 개별 국가별 독자 노선으로 쪼개지는 만큼, 발주 형태의 변화에 맞춘 유연한 수주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급 규모 측면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2026년 반기보고서상 원자력 부문 수주 잔고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보후니체 신규 호기 참여 여부는 공시된 바 없다. 향후 슬로바키아 정부의 입찰 조건 확정과 차관 조달 방식에 따라 공급망 진입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단독 추진 과정에서 재정 조달 부담에 직면해 단일 공급자 수의계약 대신 다자 경쟁 입찰로 선회할 경우, 한국 기업 컨소시엄에 새로운 입찰 참여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