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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도 반도체·車 수출 영향 제한…환율보다 업황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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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도 반도체·車 수출 영향 제한…환율보다 업황이 좌우

반도체 D램값·자동차 친환경차 비중 등 업황 변수 영향
엔/달러 환율 10% 상승해도 전체 수출액 0.07% 감소 그쳐
2008~2025년 엔·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과 정책. 사진=블룸버그·한국무역협회 자료 재구성이미지 확대보기
2008~2025년 엔·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과 정책. 사진=블룸버그·한국무역협회 자료 재구성
엔화 약세가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더라도 국내 수출품 가격은 엔화 가치보다 D램 가격과 친환경차 수출 비중 등 산업별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8일 발표한 '엔화 변동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엔저가 국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엔/달러 환율은 한때 163.9엔까지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원/100엔 환율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인 830원대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도 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한국 수출품의 달러 기준 단가는 1.43%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출물량이 1.36% 늘어나 전체 수출금액은 0.07% 감소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엔저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도 수출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다만 가격 인하에 따른 수출물량 증가가 이를 대부분 상쇄하면서 전체 수출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와 석유제품, 자동차 및 부품의 수출단가가 엔화 변동과 뚜렷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반도체는 D램 가격과 글로벌 업황, 석유제품은 국제 제품가격, 자동차 및 부품은 친환경차 수출 비중과 미국 경기 등이 수출단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환율보다 제품 가격과 수출 품목 구성 등 각 산업의 시장 상황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분석한 주요 산업별 수출단가 결정 요인. 반도체·석유제품·자동차 및 부품은 엔화보다 산업별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철강·비철금속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영향이 확인됐다. 사진=한국무역협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분석한 주요 산업별 수출단가 결정 요인. 반도체·석유제품·자동차 및 부품은 엔화보다 산업별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철강·비철금속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영향이 확인됐다. 사진=한국무역협회


반면 철강과 비철금속은 엔저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압력이 확인됐다.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해당 산업의 달러 기준 수출단가는 1.91%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계 역시 수출단가가 0.3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전체 수출 경쟁도는 과거보다 낮아졌다. 양국이 세계 시장에서 같은 품목을 놓고 경쟁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출경합도는 2015년 0.49에서 지난해 0.4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연평균 20.6% 증가해 일본(6.4%)을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 및 부품도 한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6.0%로 일본(2.2%)보다 높았다.
다만 자동차와 석유제품 등 일부 산업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하고 원화 강세까지 이어질 경우 이들 산업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진옥희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주요 품목 상당수에서는 환율보다 산업별 업황이 수출단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엔화와 원화의 변동성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과 정부는 주요 산업의 비가격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