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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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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17)

“몸에 난 두드러기가 열꽃인 듯합니다. 혹시 홍역일지도 모르니 좀 어렵겠지만 손끝으로 아이들의 똥을 조금만 집어서 혀끝에 살짝 대보세요. 어떤 맛이 나는지........?”
“네에? 똥을 먹어요?”

여인이 놀라서 멍하니 눈을 치켜떠서 반문했다.

“아닙니다.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혀끝에 살짝 대보고 그 맛만 말씀해주세요. 그래야 무슨 병인지 알고 처방을 할 수 있습니다.”

한성민은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어 심각하게 말했다. 여인은 그의 표정에 찔끔했던지 먼저 딸 얘를 닦아낸 걸레에 묻은 똥을 둘째손가락으로 슬쩍 찍어 묻혔다. 그리고 길게 혀를 쑥 내밀더니 별 망설임 없이 혀끝에다 살짝 대 한 번 입맛을 쩝쩝 다져보고는 얼른 뱉아 냈다.

“시큼한데요?”

여인이 별 표정 없이 말했다. 그리고 곧장 대접을 들어 물 한 모금을 입 안 가득히 채워서 울렁울렁 씻어내기를 서너 차례 반복하고는 좀 개운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까? 그럼.......얘가 명식이지요? 이 얘의 똥도 맛을 좀 보세요. 나이가 딸 얘보다 한참 어려서 별로 구리지 않을 겁니다.”

“얘도요? 같은 병인데 맛이 뭐가 다르겠어요?”

이번에는 여인이 무슨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한 듯 또 오만 상을 찡그리고는 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같은 증세라도 병이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자 어서!”

한성민은 여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명령하듯 엄숙하게 재촉했다. 그러자 여인은 힐긋 선희를 한 번 쳐다보았다. 정히 이래야 되느냐 하는 눈빛이었다. 선희는 여인의 속내를 알아차렸으나 굳이 똥 맛을 보라는 오빠가 뭔가 딴 생각이 있는 듯해서 고개를 끄덕여 그리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여인은 마지못해 벌레 씹은 얼굴로 아이의 두 다리를 아까처럼 한 손으로 움켜잡고 덜렁 들어 올리고는, 으깨져서 엉덩이에 너저분하게 묻어있는 똥을 검지 끝에 살짝 묻혀서 혀끝을 입술 밖으로 조금 내밀었다.

그리고 오만상을 찌푸린 채 검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손끝이 입술 가까이에 이르러 똥이 혀끝에 닫기도 전이었다. 숨을 들이 쉬어 냄새부터 맡아보는가 싶더니 울컥 구역질을 하고는 무엇에 놀란 망아지처럼 부리나케 마루로 뛰쳐나갔다.

한성민은 짐짓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아이의 엉덩이에 묻은 똥을 집게손가락으로 슬쩍 집어서 입안에 넣고는 태연히 입맛까지 두어 번 쩍쩍 다셨다. 그러고 대접을 들어 몇 차례 물을 가득 머금어 양 볼을 울렁울렁해서 입안을 씻어냈다. 이때 구역질을 그치고 방으로 다시 들어온 여인이 그가 하는 모양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구역질한 자신이 부끄러워서일까? 아니면 구린 똥을 더러워하는 표정 하나 없이 태연자약한 그가 괴이하고 이상해서일까? 여인은 그저 할 말을 잃은 채 놀란 눈만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선희야, 우선 아이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소금물로 온 몸을 씻어내 주어라, 그리고 명식이 엄마는 지금 즉시 미나리를 씻어서 즙을 내 아이들한테 먹이세요. 그러면 곧 나을 테니 염려하지 마시고요.”

“예, 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