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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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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1)

선희는 오빠가 저녁상을 물리자 말했던 대로 황급히 상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는 빠른 손길로 그릇을 깨끗이 씻어 찬장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물을 펄펄 끓여서 도자기 주전자에 가득 붓고는 두 개의 찻잔과 녹차 봉지를 꺼내 나란히 소반에 담아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너 정말 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가보구나!”

“그럼.......오빠, 내가 누군데? 오빠와 나는 디엔에이(Deoxyribo.염색체의 주요 성분. 유전자의 본체)가 같은 남맨데.......사실 수행하는 오빠의 모습이 참 존경스럽거든! 그러니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설명해야 해요”

“알았다. 네 마음이 그러니.......그럼 지금부터 내가 너의 교수니까 이 교수님의 말씀 잘 들어 보렴.”

한성민은 일부러 어깨를 쭉 펴고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오빠는 목에 힘주는 거 안 어울리네요. 평소처럼 하시고 똥 철학 강의이나 해요 네?”

선희는 제법 우스갯소리도 할 줄 아는 오빠의 모습이 보기가 좋아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똥 철학이라........새로운 철학이 탄생하는 순간이군!..........”

어찌 들으면 빈정거리고 비하하는 말 같기도 한 똥 철학이란 말이 우스워 껄껄 웃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존재물은 철학성이 있기 마련이어서 깊이 생각해보면 똥이라도 똥으로서의 철학이 없지 않으니 웃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선희야, 너와 나의 키를 비교해보면 누가 크니?”

한성민은 하잘것없는 똥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문득 한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것은 모든 존재물은 철학이 있다는 사실을 비유를 들어 말해주기 위한 속셈이었다. 그러나 얼른 눈치 채지 못한 선희가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갑자기 웬 키? 그리고 그것도 말이라고 해요?”

“그래 내가 크지. 너는 나보다 작고........그런데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와 키가 똑 같다면 나는 키가 크고 너는 키가 작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야 크다 작다는 말조차도 없지 뭐 차별할 수 없으니까........?”

“그렇지! 크다는 것은 작은 것이 있기 때문에 크다 하고, 작은 것은 큰 것이 있기 때문에 작다고 하지. 그런 이치에서 보면, 높음과 낮음, 길고 짧음, 넓고 좁음, 많고 적음, 빛과 어둠, 깨끗함과 더러움, 진실과 거짓.........그 모든 존재물, 혹은 사람의 생각까지 상대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지. 상대적이지 않으면 만물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지 않느냐.”

“정말 그렇네!”

선희는 큰 무엇을 발견이라도 한 듯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머릿속에는 하늘과 땅, 높은 산과 낮은 산, 먼 곳과 가까운 곳, 사랑과 증오, 선과 악, 정직과 거짓, 어짊과 포악........등등이 샛별처럼 하나하나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알겠지? 모든 존재물은 상대적인 것을........이것이 바로 음양의 이치란다. 그런데 말이다 선희야, 상대적인 것의 시작과 끝을 생각해보자. 가령 길고 짧음 할 것 없이 그 크기의 시작은 어디이고 끝은 어디일까?”

“그야 끝에서 시작하고 끝은?.......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없네?”

“옳거니! 시작은 끝에서 시작하니, 결국 아무것도 없는데서 시작되는 것이지. 너의 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길이인데 키를 재려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혹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길이가 아니냐.

그런데 시작되는 머리끝 발끝은 끝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므로 시작은 없는데서 시작되고, 끝나는 곳 역시 없는 곳에서 끝난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름을 지을 수 없지 않느냐. 그래서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굳이 도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