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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5)]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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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5)]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5)

“선희야!”
아니나 다를까? 오빠의 묵직한 음성이 적막을 깨뜨렸다.

“응?”

엉겁결에 대답한 선희의 눈동자가 총총히 빛났다.

“아직 밤이 깊지 않았으니 도에 대해 더 말해주고 싶구나.”

“그래요 오빠!”

선희는 기쁘게 대답했다. 무슨 말이건 이 한밤 오빠와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정겨움을 접어두고 잠자리에 들고 싶지도 않아서 밤을 새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 밤이 깊도록 말해주마. 너랑 마주앉아 대화해본 지가 얼마만이냐? 많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한성민의 마음도 선희와 다르지가 않았다. 청년시절의 방황과 유학, 그리고 동굴 속에서의 생활.........오직 자신만의 삶에만 매달리느라 하나 뿐인 동생과 다정한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한 미안함이 새삼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치열한 담금질로 자신을 이겨 나오긴 했으나 짙게 드리웠던 외로움이 봄눈 녹듯 해서 오랜만의 따뜻한 정감을 끊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별 달리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서 기왕 시작한 도의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오누이의 정을 나누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전에 없이 다정한 마음을 실어 그윽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희야.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지만, 죽음은 태어남의 시작이라 무서워할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단다.”

“아이 참, 오빠는 갑자기 웬 죽음 이야기는!”

선희는 어릴 때 지켜보았던 부모님의 임종 모습이 떠올라 죽음이란 말조차도 싫어서 오빠의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빙긋이 웃음을 머금어 죽음은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필연이니까 담담하게 들어보라 하고는 선희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까 내가 그랬었지. 시작은 없는 데서 비롯되고, 시작된 것은 없는 그곳에서 끝난다고........그리고 끝난 그 곳에서 시작은 다시 되고........무슨 말이냐 하면, 만물은 도에서 나오므로 모두가 도의 자식이니 도 그 자체인 진실한 영혼은 죽음이란 없단다. 죽음은 물 불 흙 숨 쉬는 공기, 이 네 가지로 이루어진 물질적 육신이어서 언젠가는 흩어져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사라지는 것은 물질이지 ”나”라는 진아(眞我.진실한 영혼 道)는 아닌 것이다.”

“그래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육체는 물질! 물질이니까 참 ”나”는 아니겠네?”

선희가 무엇에 화들짝 놀란 것처럼 의혹스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육신이 물질이니까 사람이 온갖 재물을 소유한 것과 같다. 재물이 물질이니까.......재물이 물질이므로 영원히 소유할 수 없지 않느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물질인 육신 역시 “나”로부터 분리되기 마련이다.”

“욕심 많은 부자들은 죽을 때 재물이 아까워서 어떻게 눈을 감을까?”

“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버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 저승가면서 재물 가지고 갈 수 있니? 마음을 비우고 포기해야지! 사람도 마찬가지다. 영혼이 육신을 가지고 저승으로 갈 수는 없으므로 아까워하지 말고 체념해야 하는 것이다. 재물에 집착하면 그 한 때문에 눈을 못 감듯이, 육신에 집착하면 역시 눈을 감지 못한다. 얼마나 큰 불행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