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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양성 통한 세계화가 최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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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양성 통한 세계화가 최종 목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 이승현 센터장]


당뇨ㆍ고혈압 등 8가지 질환 치료효과… 암환자가 주대상


전문성 확보 위해 국내 대학에 정식학과 설치 서둘러야


▲이승현강동경희대학교병원한방음악치료센터장
▲이승현강동경희대학교병원한방음악치료센터장

[글로벌이코노믹=강은희 기자] 새로운 분야를 홀로 개척해 앞장서나가는 사람의 길은 늘 외롭다. 새로움은 때로 새로운 업적으로 칭송되고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길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하고 결코 녹록치 않다.

한의학과 음악을 접목시킨 한방음악치료가 세상에 빛을 본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더불어서 국내 처음으로 서울 고덕동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정식으로 한방음악치료센터가 만들어진지도 어느 덧 7년차에 접어들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 출신으로 음대 강의만 12년 간 해오다 좋은 논문을 써보겠다던 다짐이 한의계와의 인연으로 이어져 경희대학교 한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또 그것을 계기로 ‘한방음악치료’라는 하나의 새로운 치료수단을 탄생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승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48)을 만나 ‘한방음악치료’의 지난 10년과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강동경희대병원한방음악치료센터입구
▲강동경희대병원한방음악치료센터입구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한방음악치료라는 용어가 아직 생소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치료는 들어본 사람들이 있는데 한방음악치료라는 말은 정말 들어본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환자들이 내원하면 제일 처음 설명하는 게 그것이에요. 음악치료는 이론자체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주 대상자가 자폐아나 발달장애아입니다. 정신과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게 음악치료거든요. 그런데 한방음악치료는 전혀 그것이 아닙니다. 이론 자체가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한의학 이론 안에는 오장장부에 맞춰진 음들이 있습니다.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등 이렇게 각각의 오장장부에 맞춰진 음들이 있어서 침이나 약처럼 음악을 오행으로 분류해서 육체적인 질병 치료수단으로 쓰는 것이 바로 한방음악치료에요. 기존에 썼던 음악치료는 심리치료에 국한됐다면 바로 한방음악치료는 심리적인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몸 즉 육체적인 질병치료에 직접 쓰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한의학은 심신을 따로 생각하지 않아요. 칠정이 연결돼 있어서 육체적인 질병치료에 직접 쓸 수 있는 그러한 우수성이 있는게 한방음악치료죠. 음악치료와는 전혀 다릅니다.”

▲직장인이색건반을치며한방음악치료체험을하고있다.
▲직장인이색건반을치며한방음악치료체험을하고있다.


한방음악치료의 원리는 무엇입니까?

“이처럼 한방음악치료의 장점은 몸 따로 마음 따로라고 보지 않는 것입니다. 한의학에는 칠정(七情)이라는 것이 있어서 간을 상하게 하는 감정이 있어요. 심장을 상하게 하는 감정이죠. 그래서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이라고 하는 일곱가지가 있는데 예를 든다면 희노우사(喜怒憂思) 즉 생각이 많은 사람은 비장의 기능을 상하게 한다고 황제내경에 써 있거든요. 또 하나는 많이 근심하고 우울한 사람들, 그게 바로 칠정 중에서 말하면 근심 우(憂)자, 또 슬퍼할 비(悲)자, 슬퍼하는 것과 근심하는 것은 폐를 상하게 한다는 거죠. 그래서 한방음악치료는 감정의 치료 즉 심리적인 안정이 아니라 감정(칠정)으로 정서를 말미암아 육체적인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론이 한의학이기 때문에 그 이론에 맞춰서 한방음악치료는 감정(칠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생긴 육체적인 질병 치료에 직접 쓰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의 한의학적 질병치료 방법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치료수단으로서 한방음악치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방음악치료센터 설치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병원에 한방음악치료센터가 만들어질 때 사람들이 갑자기 음악이라고 하는 도구를 이용해서 병원에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이런 생각들로 의구심을 많이 가졌었어요. 한방음악치료센터가 만들어질 때 가장 중요한 건 강동경희대병원이 만들어질 때 이념이었죠. 강동경희대병원은 한방과 양방이 연결될 때 제3의학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 제3의학을 창조할 때 그 이념에 가장 걸맞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했죠. 한방과 양방을 융합하고 결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완대체의학 이념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요소, 그것을 찾다보니 음악치료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기존에 썼던 음악치료에서 좀 더 진화되고 발달된 것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바로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 한방음악치료가 이 병원의 이념에 즉 제3의학이라는 말에 부합했던 것이죠. 경희대학교를 만든 학원장님께서 강동경희대병원의 취지에 대해 제3의학, 신의학이란 말을 썼어요. 그래서 맨 처음 강동경희대병원의 이름도 동서신의학병원이었죠. 바로 그렇게 양방과 한방이 결합된 새로운 이념의 치료를 추구한다는 병원설립의 목적하에 한방음악치료센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이승현센터장(왼쪽)이한방치유음악회'동행'에서해금연주가강은일교수의연주와계절의기운에맞춘오행음악에대한설명을하고있다.
▲이승현센터장(왼쪽)이한방치유음악회'동행'에서해금연주가강은일교수의연주와계절의기운에맞춘오행음악에대한설명을하고있다.


어떤 사람들이 치료대상 환자들인가?


“보통 중풍이나 암, 당뇨, 비만, 만성피로, 고혈압, 아토피 등 여덟가지 질환과 그 중에서도 암환자가 주대상자입니다. 중풍환자들 중에서는 편마비환자가 주 대상자입니다. 언어장애가 온 사람이 전체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하구요. 나머지 30% 환자는 외부에서 온 암환자들입니다. 양방환자 중에서 우리 병원 보다는 대형병원들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우리병원에 특별히 한방음악치료를 받으러 오는 암환자들이 많은데요. 암극복생활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강의를 듣고 한방음악치료를 받고 싶어서 오는 환자들이 많이 있죠. 암환자들은 먹는 약으로는 한약을 못 먹게 하고 침 맞는 것은 자기가 싫어서 안하겠다고 하는데, 한방음악치료는 약도 아니고 침도 아닌데 한의학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까 치료받고 싶다고 해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어요. 이처럼 한방음악치료센터는 주 환자들이 중풍, 암환자이고 또 최근에 많아진 환자가 아토피 환자, 갱년기, 우울증환자들이에요. 부인과 질환 중에서도 자궁절제술 이후에 한의학적인 보양도 하고 약으로는 보양을 하지만 중요한 건 자궁을 적출한 다음에 본인의 상실감이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통증도 같이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한방음악치료를 겸해서 받으면서 상실감도 회복하고 기혈순환도 잘 되게 보혈작용까지 같이 하고 있죠.”

한방음악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한방음악치료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주가 된다. 환자가 음악을 전혀 몰라도 한방음악치료사의 지도에 따르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한방음악치료센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어느 병원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성과 차별화된 치료수단이다. 중풍, 뇌경색환자, 뇌졸중환자,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음양오행적인 치료법과 사상체질별 치료법 등 타 병원에서 시행하지 않은 센터의 17가지 특화된 치료법을 증상에 맞게 적용한다.

“한방음악치료는 실제 효과가 있습니다. 말로만 효과가 아니라 정말 유의성 있게 임상을 할 때마다 속속 그 효과가 나타났어요. 임상시험 예를 든다면 혈액암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수치 자체가 면역력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구요. 또 뇌경색 환자들한테는 뇌혈류량 자체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어요. 한방음악치료 전과 후로 나눠 뇌단층촬영을 해보면 뇌세포가 죽어서 까맣게 죽어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방음악치료를 받은 후 뇌 혈류량이 살아나는 걸 볼 수 있었죠. 혈류량이 살아난다는 건 뇌세포가 살아난다는 얘기거든요. 그게 살아나는 걸 보면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도 찍어봤거든요. 뇌기능 자체가 활성화되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말로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음악이니까 마음 편하게 하지. 이렇게 얘기하는데 마음편한건 기본이구요. 한방음악치료가 임상에서 여러 질병에서 유의성이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되는 것이죠. 만성피로환자에서도 코티졸(피로수치를 나타내는 호르몬 검사의 하나) 수치를 봤을 때 만성피로도가 회복되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2008년에 37세 남자 직장인이었어요. 어느 날 술먹고 집에 들어가서 쓰러져 잤는데 일어나보니 뇌경색이 와서 반신불수가 된 거에요. 하루아침에 사회생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된 거죠. 입원환자였는데 그해 4월 4일날 처음 치료해서 15일까지 침치료, 한약치료를 하고 재활치료대신에 한방음악치료를 받았어요. 2주 동안 10회 치료했는데, 보행이 처음에는 47초 정도로 나오다가 2주만에 7.47초가 나올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어요. 나중에 일상생활도 가능해지고 사회생활도 복귀했죠. 그 환자가 처음엔 한방음악치료를 믿지 않다가 나중에 치료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더라구요. 또 한사람은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30대 여자환자였어요. 자궁상실에 대한 상실감이 컸고 수술 다음 회복이 잘 안돼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환자였죠. 한 달 동안 치료 20회를 했는데 상실감도 회복되고 우울증도 치료가 잘돼서 나중에 사진도 같이 찍고 잘 살거라며 기뻐했어요. 또 다른 환자는 2010년에 미국에 있는 교포환자가 왔었는데 뇌경색이 와서 말도 못했던 환자였어요. 한방음악치료를 하는데 미국병원에서 음악치료를 받아봤지만 한방음악치료랑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정말 좋아했고 이 환자는 치료를 받고는 너무 좋은 치료라면서 여러 번 울기도 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치료요법이 17가지가 있는데 여러 가지 질병의 접근성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한방음악치료센터가 만들어진지 7년 정도 지나니까 아주 디테일한 환자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환경까지 만들어진 것 같아서 요새는 그런 기쁨이 있습니다.”

2006년 6월에 한방음악치료센터가 설립된 후 7년이 지났는데,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달라진 점은?


“한마디로 눈물이 쏟아집니다. 거의 매일 매일 초창기에 진짜 힘들고 어려웠어요. 물론 지금도 어렵지만…. 기존에 있는 틀 안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죠.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잖아요. 일단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면 틀린 것이라고 단정지어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부정을 먼저 하거든요. 특별히 의료계에서는 그런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환자가 인정해줄 때 가장 고마웠죠. ‘한방음악치료가 정말 좋다’고 얘기해준 환자가 여러 명 있었어요. 환자들이 좋아해주고, 환자 만족도조사에서도 만족도가 높게 나와서 감사했어요. 특히 암환자나 뇌경색 환자 등 중증환자들에게서 만족도가 더 높게 나왔죠.”

“처음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방음악치료가 좋다는 걸 알고 외부에서 찾아온다는 게 달라졌죠. 외부적으로 굉장히 많이 인지도도 높아졌고 실질적인 환자만족도도 높아졌고 의료진 안에서도 필요한 치료수단이라고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데서 엄청난 발전을 했죠. 그런 부분에선 참 감사해요. 느림보 걸음으로 걷고 있고, 외형적으로 커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한발씩 걷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해요. 계속 한방음악치료 대상질환이나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죠.”

그러나 이 센터장은 한방음악치료센터가 아직까지 느리게 걷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드시 좋은 치료수단인데 이 좋은 치료수단을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에 대한 숙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지금은 맨 처음 센터가 만들어질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했고, 한방음악치료가 만들어진 10년간 많은 임상 데이터에서도 치료효과가 유의성 있게 나오고 있는 만큼 좀 더 활발한 협진이 이뤄지길 바랐다.

한방음악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강점은 무엇인가?


“육체적인 질병의 병증 호전이 굉장히 빨리 된다는 것이죠. 육체적인 질병에 직접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마음이 편하다 즐겁다 이런 거는 부수적인 것이에요. 병이 회복되는 진도가 보이는 것 자체가 환자들한테는 큰 용기를 주는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제가 도울 수 있다는 게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여러 면에서 제일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센터가 가고자 하는 방향?


“환자들이 인정해주는 치료는 이제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병원 안에서 실질적으로 누구한테나 인정받는 게 가장 중요하죠. 한번이라도 우리병원에 온 환자들이 한방음악치료센터가 있는 줄 모르고 퇴원하는 게 90% 이상이 넘는다는 게 안타까운 사실이죠.”

이 센터장은 한방음악치료센터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학문적으로도 튼튼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한방음악치료학과가 정식으로 학부에 설치돼야 한다고 했다. 반드시 한방음악치료학과가 만들어지고 한방음악치료라는 것이 다른 양방병원, 한방병원에도 만들어져서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바람직한 협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아산병원 암센터 안에 한방음악치료가 만들어지면 정말 달라집니다. 치료율도, 치료만족도도 다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똑같이 앞으로 70~80년 평생 산다 하는데 병에서 빨리 회복되는 것, 호전을 빨리시킨다는 것은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면에서 강동경희대병원은 한방음악치료센터를 처음 시작했고 이것을 모델로 잘 발전시켜서 여러 병원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저는 산파역할을 해야죠. 그러려면 인력이 필요해요. 한방음악치료학과가 정식으로 대학에 만들어져서 인력을 양성해야 하죠. 정식학과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2003년도부터 말해왔는데,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대 음대를 졸업한 음대교수 출신이라는 이력이 독특한데 한의학과의 인연은?


“삼육대와 동덕여대 등에서 음대 강사를 1992년부터 12년 정도 했어요. 1993년에 석사 논문 쓰는데 국악자료 찾다가 한의학 교과서 안에 음계가 있는 거에요. 그때는 (한의학교과서 안에 음계가)왜 나왔지? 생각했죠. 92년에 한 음악치료학회에 갔었어요. 자폐아들이 다 다른데 자폐아들한테는 어떤 음악을 주나 생각했어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 궁금했죠. 질문을 했어요. 답이 없더라구요. 그냥 좋은 음악을 준대요. 근데 뭐가 좋은 음악인가? 고민하다보니 5년 전 석사논문 쓸 때 봤던 책이 생각나서 한의학 책에 각치궁상우. 지금은 고인이 된 경희대 한의대 박찬국 교수님을 1997년에 찾아갔어요. 박찬국 교수님도 예과 2학년때 같은 고민을 하고 교과서를 들고 서울음대를 찾아가셨대요. 갔더니 한의학책에 오음이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쓰냐고 물었더니 ‘우린 그걸 가지고 연주하죠’라고 하더래요. ‘참 답답하다. 우리 한의학책에 이렇게 있는데 왜 연주만 하지?’ 그랬대요. 그래서 또 국립국악원에 가셨는데 거기서도 그냥 연주한다고 하더래요. 박찬국 교수님이 예과2년에서 본과에 올라가면서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그 부분에 대한 연구는 접어뒀다는 거에요. 본인이 교수님이 되고 나서도 책에 나오지만 그때도 학생들에게 설명해야 되는데 그냥 읽고 넘어가셨대요. 박 교수님이 ‘그런데 이승현 교수처럼 음악하는 사람이 오음을 갖고 묻는 건 처음’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그럼 교수님! 저는 음악을 레슨해드릴테니 저한테 한의학을 레슨해주세요’ 그랬어요. 그때부터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 거고 박찬국 교수님이 스터디를 하면서 계속 저는 한의학 공부하고 나서 여쭤보고 저는 음악을 강의하고 질문하고 이러다보니까 강사도 오고 조교도 오고 스터디그룹이 커졌죠. 어느 날 박교수님이 저에게 정식으로 한의학 공부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때 전 삼육대 음대 겸임교수로 있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의학 공부를 다시 한다면 좋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라고 했죠. 저는 그게 목적이었고, 음대에는 계속 강의를 나가게 해주면서 나는 연구조교 자격으로 맹자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눈물바다가 시작된거죠.(하하하.) 박사학위는 2003년 2월에 ‘오행으로 분류한 음악이 누에의 형질에 미치는 영향. 한방음악치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취득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방음악치료라는 용어도 만들어냈죠. 박사학위 받은게 만 10년이 됐네요. 말하고보니까 그 눈물의 세월이 생각나네요. 눈물이 너무 많았고 너무 힘들었는데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한발씩 한발씩 나는 발전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고 있죠. 그대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고. 힘들때마다 가끔 혼자 많이 위로해요.”

한방음악치료센터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강동구에서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한방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상당히 호응이 좋아요. 미취학아동이 학교에 입학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미리 조기치료가 가능한 것이죠. 지금은 강동구에서만 하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서울시에 각 구별로 넓혀갈 생각이에요. 또 요새는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폭력에 노출된 중고등학생들이 많아요. 지금 질병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질병 보균자처럼 다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더불어서 암환자는 관리를 꼭 해야 됩니다. 암환자를 관리할 때 한방음악치료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 참 좋겠어요. 스트레스, 분노에 의해서 암이나 중풍으로 유발이 됐을 때 스트레스, 암의 면역력 자체를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거기에 대한 인력양성을 위해 빨리 과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올해 6월부터는 세종문화회관의 의뢰를 받아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 정도 삼청각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힐링차원의 ‘동행 한방치유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방음악치료에 대한 설명도 하고 음악연주 실현도 하며 오행음악을 청취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암극복생활학교’에서도 강연을 하는 등 한방음악치료를 알리는 홍보활동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적인 학문으로 만들고 싶은 게 제꿈이요. 음악치료가 완전히 실행되고 있는 게 미국과 유럽인데, 그게 한방음악치료로 대체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빨리 인력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고, 학과가 빨리 생겨야 합니다. 그래서 한방음악치료의 세계화가 최종 목표입니다. 한방음악치료는 국내에서도 최초이지만,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치료방법이고 학문입니다. 한방음악치료가 해외로 나갔을 때 경쟁력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타깃이에요. 한방음악치료가 세계적인 학문으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미국, 유럽에 있는 병원에 만들어지는 것이 소망이에요. 메이요라든지, 엠디엔더슨 암센터라든지 할 수만 있다면 미국에 있는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고민과 할 일이 많은 그에겐 최근 좋은 소식도 있었다. 국제적인 학술논문지인 SCI에 올해만 두 개의 논문이 실린 것이다. 올해 3월 1일 유럽보완대체의학저널에 ‘만성피로증후군을 대상으로 한 한방음악치료’ 임상논문이 실렸고, 11월에는 이론논문 저널인 ‘트라이얼지’에 ‘화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방음악치료에 관한 이론논문’이 실렸다. 또 하나의 논문도 준비 중이다.

“가장 기뻤던 논문이에요. 왜냐하면 한방음악치료가 외국의 저널에 처음으로 등재된 것이거든요. 진짜로 참 감사하고 너무나 기뻤어요. 7년 전에 센터 만들어질때만 해도 사람들이 ‘너 SCI급 논문 쓸 수 있어?’ 이랬거든요. SCI 국제저널에 한방음악치료가 소개됐다는 사실이 ‘새로운 무엇인가가 이제 제대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계인들한테 학문으로서 인정받고 환자들한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한방음악치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이제 이건 시작이고, 앞으로 각 질환별로 SCI급 저널에 여러 편의 논문을 싣는 게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