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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조리법 수출해야 한식 세계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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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조리법 수출해야 한식 세계화 가능"

[한국의 맛-자격증 최다로 기네스북 오른 김성옥 조리명인]

탁상공론으로는 한계…기본양념‧소스도 함께


식품기술사·식육처리기능사 등 자격증 56개로 기네스북에


요리사는 기능인 아닌 예술가 되어야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김성옥 조리명인(55·동원대 교수)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격증을 획득, 화제가 된 주인공이다. 조리기능장, 와인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은 물론, 식품기술사와 식육처리기능사 등 무려 자격증만 56개를 획득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식품기술사는 조리기능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국가고시 수준의 아주 힘든 자격증이다. 김 명인의 호기심과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남녀 조리기능장을 통틀어 유일하게 소와 돼지의 뼈를 발골하는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 주위사람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스갯소리로 소주와 맥주의 맛있는 혼합비율을 찾는 ‘소맥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한 번 웃자고 하는 소리이지만,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격증이 많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잘하는 분야가 하나도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성옥 명인은 지난 2년 동안 코리안 누들(Korean Noodle)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가 하면, 한식 세계화를 앞당기기 위해 한식조리법을 체계화하고 해외에 알리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의 조리인생을 회고하신다면….

“한국 요리를 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고, 양식을 공부한 지도 25년이나 됐어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김성옥 요리학원을 운영하고 각종 연회음식을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를 경영하다가 그만둔 뒤 이태리 요리 학교인 일꾸오꼬 교육원 이사, 김치협회 부회장 등의 활동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어요. 이태리의 알마와 프랑스의 르꼬르동블루에서 전통 양식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한식에 치중해 강의하고 있고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해외활동을 많이 해왔는데,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동안 일본 도쿄에서 김치에 대해 강의하고 시식회를 한 행사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 김치의 어떤 점을 홍보하시는지요?

“김치는 간장·된장·고추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입니다. 서양에는 발효음식이 치즈와 야쿠르트 밖에 없지만 우리는 김치를 비롯해 다양한 발효음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맞춰 홍보를 하지요. 김치는 2002년 푸덱스(FOODEX)에 정식으로 등록됐지만, 배추김치만 올라있어요. 그러나 김치는 각종 재료와 결합되면서 다양한 김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 ‘김치 193선’을 선보이고 있어요. 김치는 예전에 그리 많지 않았으나 다양한 식재료로 만들다 보니까 그 종류가 다양해졌지요. 일본에서 김치를 담그면 기본재료인 배추와 양념이 달라 한국의 김치와 맛이 달라요. 그래도 그 나라의 식재료를 가지고 우리 전통의 조리법으로 만드는 게 한식 세계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에게 김치는 향수가 있다. 한겨울에도 아삭아삭 맛있는 김치를 맛보게 해준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情)이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김치를 생각하는 게 바로 어머니의 향수이고 그게 문화로 정착됐다. 그러나 외국은 이 같은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없기 때문에 양념이 강한 전통 김치로 세계화 시키기에는 어렵다고 김성옥 명인은 진단한다.

“외국에서 김치를 선보일 때는 되도록 양념을 적게 넣어요. 우리는 오이소박이를 김치로 받아들이지만 외국에서는 샐러드의 범주에서 익히지 않은 즉석김치로 인식해요. 발효된 김치에서 나오는 김칫국물은 각종 소스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인도와 스리랑카의 카레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듯이 한식도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한식 세계화에 있어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장 경험도 없는 분들이 탁상공론만 벌이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식 세계화를 하려면 몸으로 뛰면서 외국인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한식재단은 영양적인 측면에서 한식세계화에 접근하는데, 현장에서 요리를 해본 조리사가 조리기술과 영양을 합한 한식조리법으로 승부를 걸어야 해요. 우리 전통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한식 세계화라고 알고 있지만, 이걸로는 안 되지요. 한식 세계화를 한다면서 몇몇 아시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싫어하는 떡볶이를 들고나온 것만 보아도 얼마나 탁상공론이 심했는가를 알 수 있어요. 앞으로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과학화된 한식조리법과 함께 한식의 기본 양념에 해당하는 간장·된장·고추장과 이로 만든 각종 소스를 개발해 수출해야 합니다.”

-장안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잘 나가던 김성옥 요리학원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 수강생이 많아 제일 잘 나갈 때 그만두었어요. 교육생이 많고 연회장을 운영하다보니 목금토일은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거든요. 당연히 건강이 나빠졌고, 식도가 마비되어 병원에 갔더니 한 달만 더 이렇게 일하면 죽는다고 하더군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잃은 게 많았을지 모르지만 그때 소신을 가지고 그만 둔 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조리기능장이 되면 대부분 그것으로 만족하는데 식품기술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리기능장 시험에서도 대부분의 조리사가 복어를 선택하는데, 전 남과 다른 길을 가보자는 생각에서 양식을 선택했어요. 요리학원을 운영하는 동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4년 동안 2주짜리 단기과정으로 이태리 요리를 배웠고, 단기특강으로 르 꼬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어요. 조리기능장 시험을 2년만에 합격한 뒤 첫 모임에 가서 ‘식품기술사 시험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보았어요. 식품기술사는 요리를 하는 조리기능장과는 달리 가공도 하고, 저장도 해야 하는 등 국가고시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연구실을 얻어 벽돌에 수건을 만든 베개와 군침낭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20시간씩 공부를 했어요. 그 덕분에 기술사 시험은 한번 만에 합격했지요. 영양사 출신이 조리기능사가 되고, 조리기능사가 조리기능장이 되고, 조리기능장이 식품기술사가 된 게 화제였어요.”

-나날이 인생이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해간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좋아서 한 일입니다. 조리사는 대부분 체격이 우람하고 힘도 좋은데, 저는 여자인데다가 체격이 왜소해서 조리사로서는 조건이 좋지 않아요. 이 같은 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점차 발전한 것이지요. 조리기능장 가운데 남녀 통틀어 소와 돼지를 발골하는 식육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딴 것도 고기에 대한 성질을 잘 알아야 스테이크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지요. 한 때는 제 별명이 ‘여자백정’이었어요.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오른 건 한번 결심하면 다른 사람에 비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지난 2년 간 농림수산식품부와 코리안 누들 프로젝트를 진행해오셨는데….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 비빔밥, 불고기, 잡채입니다. MB정부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떡볶이는 아시아 몇 개국을 제외하면 실패한 프로젝트에요. 떡볶이도 처음엔 궁중 떡볶이와 해물떡볶이를 가져갔는데, 외국인들은 정작 어묵이 들어간 ‘길거리표 떡볶이’를 더 좋아했어요. 그래서 요즘 신당동 떡볶이는 밀가루가 약간 들어간 가래떡에 토고소스(토마토+고추장)를 넣어 만들어요. 그런데 한국의 칼국수를 외국에 나가 선보이니 좋아하지 않아요. 멸치육수는 비리다고 싫어하고, 쇠고기육수는 너무 밋밋하다고 싫어해요. 때마침 농식품부에서 한국의 면을 세계화 한다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자유공모로 신청을 했지요. 먹을 때의 식감, 영양성, 기능성 삼박자에 맞게 카레가 들어간 강황국수, 자색고구마로 만든 자색국수, 해초류가 들어간 톳국수를 새로 만들었어요. 쌀국수에 부재료를 첨가해 기능적인 부분을 살렸기 때문에 다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8월 홍콩에서 열린 푸드엑스포에 참가해 해물파전을 선보였는데 반응은 어떻든가요?

“푸드엑스포는 2년마다 열리고 있어요. 제가 먼저 aT센터를 찾아가 한식을 알리고 싶다고 했고, 그때 선택한 요리가 해물파전이었어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외국인들이 해물파전을 한국피자라며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해물파전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시식하도록 하는 푸드쇼를 펼쳤지요. 구수한 냄새가 나고,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식도 하니, 외국인들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청와대에서도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1년 간 근무했어요.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최고의 건강 밥상을 만드는 게 제 일이었어요. 대통령께서 지방순시를 갈 때면 첩보원처럼 수행을 하기도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청와대에서 영양사로 오라며 여러 차례 전화가 왔지만 그 때는 정중하게 거절했어요. 5년 간 발을 묶일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화합을 위해 요일별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각 지역 요리를 넣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요리를 하지 않을 때에는 무엇을 하시는지요?

“한국무용을 감상하는 일이 방학을 맞은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이지만 평소에는 패션쇼를 자주 봅니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잠잘 때까지 팝송이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도 저의 중요한 일과이고요. 요리는 손 안의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음악과 미술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질 때 진짜 멋진 요리가 탄생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조리사는 기능인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어야 해요. 한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도록 제가 가르치는 학생을 기능인이 아니라 문화인으로 만들어 한국문화의 전도사가 되도록 할 작정입니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김성옥 명인의 비법 2제(題)


♠ 굴을 얹은 토마토고추장 비빔국수


■ 김성옥 명인의 굴을 얹은 토마토고추장 비빔국수 레시피


소면 200g, 양파 1/2개, 대파 1뿌리, 청주 2큰술, 소금·청장 약간씩, 호박 1/2개, 굴 30g, 오이 1/2개, 양상치 20g

[토마토고추장소스]


토마토페이스트, 고추장, 파, 마늘, 생강, 설탕, 식초, 물

■ 굴을 얹은 토마토고추장 비빔국수 만드는 방법


① 굴은 꿇는 물에 정종을 조금 넣고 데쳐 낸다.

② 오이와 양상치를 채썰어 냉수에 담갔다가 건진다.

③ 끓는 물에 소면을 삶아내어 냉수에 씻어 건진다.

④ 토마토페이스트와 고추장과 물을 넣고 끓이다가 다진 파·마늘·생강과 함께 설탕을 넣고 식힌 후 식초를 가미한다.

⑤ 토마토 고추장 소스 위에 사리를 지은 국수를 담고 준비한 오이, 양상치, 굴을 담아낸다.

♠ 순두부와 톳을 곁들인 비빔국수


■ 김성옥 명인의 순두부와 톳을 곁들인 비빔국수 레시피


강황국수 200g, 톳 70g, 순두부 80g, 굴 30g, 날치알 20g, 비트 30g, 파채 10g, 물 4컵, 국물용 멸치 15마리, 청주 1큰술, 국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 순두부와 톳을 곁들인 비빔국수 만드는 방법


① 뜨거운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톳을 데쳐낸 후 소금과 참기름으로 양념한다.

② 순두부는 숟가락으로 살짝 으깨어 소금, 후추, 깨소금, 참기름으로 양념한다.

③ 뜨거운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굴을 데쳐낸다.

④ 파는 가늘게 채를 썰어 냉수에 담가두었다가 건져낸다.

⑤ 비트는 가늘게 채썰어 냉수에 담가두었다가 건져서 수분을 제거한다.

⑥ 강황국수를 삶아서 젓가락으로 돌돌말아 길게 사리를 짓는다.

⑦ 국수위에 고명을 올리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 내거나, 육수를 따로 담아 면의 색감과 디자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