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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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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559)]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하루는 선군(박지원)이 담헌(홍대용)의 집에 갔을 때 구리철현금(양금) 몇 벌이 있는 것을 보았다. 대개 중국에 갔던 사신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당시 연주할 사람이 없었다. 선군이 시중드는 자에게 그것을 내리게 하니 담헌은 웃으며 ‘연주할 줄 모르는데 무엇에 쓰려나?’ 하였다. 이에 선군이 작은 관으로 시험 삼아 연주하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가야금을 가지고 와서 현을 따라 함께 연주하여 그것이 어울리는지 시험해보지 않겠는가?’ 하였다.”

▲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생황(왼쪽), 서양에서 전해온 현악기 양금
위는 연암의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회고담을 듣고서 기록해둔 내용입니다. 이 글의 뒷부분을 보면 그들이 여러 번 맞춰 연주하니 드디어 화음이 되었다고 전합니다. 또 이후 금사(김억)와 같이 연주하기 위하여 모였는데 고요한 밤에 음악이 시작되자 선배인 효효재(김용겸)가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곳에 왔지요. 그는 생황과 철금을 번갈아 연주하는 것을 듣다가 서안 위의 구리쟁반을 두드리며 흥겨워하더니 슬그머니 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들이 달빛을 받으며 찾으러 가자 효효재는 수표교에서 무릎에 금을 놓고 두건을 벗은 채 달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이에 그들은 술상과 악기를 그곳으로 옮겨 오랫동안 즐겼다고 합니다.

온갖 놀이가 넘쳐나는 현대인에겐 이런 그들의 일이 별 재미없는 한가한 일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시를 읊조리며, 악기 연주하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살았던 선비들에겐 두고두고 잊지 못할 커다란 즐거움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음악을 함께 할 벗들이 있음이 부러울 뿐입니다. 선군은 “효효재 공이 세상을 떠난 뒤로 다시 이 같은 운치 있는 일이 없었다.”라고 했다지요.

* 생황 : 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관대가 통에 동글게 박혀 있는 악기이며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낸다.
* 철금(양금) : 서양에서 전해온 현악기이며, 금속성의 가볍고 맑을 소리를 낸다. 양금은 18세기에 유럽에서 청나라를 통해 들어와 구라철사금(歐邏鐵絲琴), 철금이라고도 하였으며 주로 민간의 정악연주에 쓰였다.
* 금 : 고려 예종 때부터 조선 말기까지 궁중에서 사용하던 대표적인 아악기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