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민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였다.
인적이 끊어지자 황량한 바람의 넋이 버려진 최철민의 몸뚱이를 차디차게 쓸어 가는데 찬란한 별들은 식어진 그 몸을 슬픈 눈동자처럼 측은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먼동이 터 오르자 푸른 바다 빛 하늘이 펼쳐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어루만지듯 내리는데 미풍은 슬픈 곡조처럼 불어왔다.
사람은 언제나 죽기를 두려워하는데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吾得執而殺之孰敢(오득집이살지숙감) 常有死殺者殺(상유사살자살)
내가 잡아 죽이면 감히 나쁜 짓을 못할 테지만,
잡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天道) 만이 항상 죽일 수 있는 법
夫代死殺者殺(부대사살자살) 是爲代大匠斲(시위대대장착)
만약 누군가 그(天道)를 대신해 죽인다면
목수를 대신해서 나무를 깎는 자와 같으니,
夫代大匠斲者(부대장착자) 希有不像其手矣(희유불상기수의)
그런 자 치고 손을 다치지 않은 자는 드물구나!”
하였다.
한성민은 처연했다.
금은보화도 시궁창도 무위로 실은 천하의 짐수레처럼 선악을 분별없이 한 마음에 실어 구원의 삶을 살고자 했던 자신의 뜻을 꺾고만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신령한 그릇인 천하의 도만이 생명을 낳고 기르고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아무 권한도 없는 자신이 천도를 대신해 생명을 빼앗았으니 그 업을 어찌해야 할까?
목수도 아닌 자가 나무를 깎다가 몸을 상하는 것처럼, 후일에 입을 영혼의 상처가 두려웠다. 그리 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내린 결단이었기는 하지만, 죽일 권한이 없는 자신이 죽임의 권한을 행사했으니 응보는 필연적인 것, 한 마음 한 육신 제물(祭物)이 돼 속죄함이 옳았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이미 그리 하리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던 터라 주저 없이 결행하기로 단안을 내렸다. 사랑과 연민 행복과 불행 그 모든 것은 몸똥아리가 있어서 일어나는 법, 육신의 집착을 버리면 사랑의 아픔도 이별의 슬픔도 그리고 세속의 그 어떤 미련도 없을 테니 초연함을 지키면서 얼마간을 아내와 함께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에 조용히 일어났다.
최서영은 언제나 긴장한 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내던 중이라 이불을 걷어내는 남편의 기척에 말없이 일어나 앉았다.
드디어 그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고 있기에 슬픔도 괴로움도 안타까움도 없는 담담한 눈길로 남편을 쳐다보았다.
한성민은 그런 아내가 고마워 편한 마음으로 조용히 말했다.
“여보, 당신은 알고 있었을 줄 믿소........... 지금 산으로 갈 생각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