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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국채 유통 수익률 15%…헤알화 환율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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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국채 유통 수익률 15%…헤알화 환율이 변수

[은퇴경제학(6)] 브라질 국채투자의 매력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폭락 경제성장률 하락 물가 상승

악재 노출됐지만 관망 필요 환율 하락 땐 다시 투자 유효
브라질 국채를 두고 온갖 걱정과 비관을 쏟아내다 이제 지쳤는지 언론에서도 잠잠하다. 언론에서만 잠잠할 뿐이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4년에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 모두 헤알화 환율 때문이다. 환율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내면에는 뒷걸음질치는 브라질 경제와 부패와 포퓰리즘에 휩싸인 정치에 있다.

1991년 11월에 한국과 브라질 간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이 발효되었다. 그리고 브라질은 국채이자, 매매차익, 환차익 모두 비과세다. 따라서 브라질 국채 매입에 따른 모든 세금이 브라질에서 비과세이므로 한국에서 다시 과세를 할 수 없다.

브라질 10년물 국채이자는 10%다. 그리고 브라질 기준금리는 인플레 영향으로 매년 상승하여 현재 14.25%에 이르고 있다. 기준금리의 상승으로 국채가격이 떨어져 국채 유통수익률은 15%에 이르고 있다. 표면금리 10%인 국채를 15%까지 할인해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비과세에다 높은 투자수익률, 이 자체로는 매우 환상적인 투자 대상이다.

헤알화 환율이 브라질 국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5년 12월 2일 현재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1달러당 3.8514헤알이다. 미국 연준(FRB)이 지난 9월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날에도 헤알화 가치는 떨어졌다. 9월 28일에는 달러당 4.11헤알까지 떨어졌다. 알레산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보유 외환이 줄더라도 헤알화 방어에 나서겠다”고 시장개입 의지를 밝혔다. 이후 3.8~4.0헤알대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만 떠받치고 있을 뿐 브라질 경제나 정치상황이 호전된 건 아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브라질 경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서 ‘환율’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환율 상승의 배경인 브라질 경제나 정치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시각이 여전히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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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알화 환율 상승의 내부적 원인들

브라질의 내부적 환경 요인과 국제적 환경 요인으로 나누어 보면 이해가 편리하다. 물론 국내 요인과 국제 요인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중첩되거나 국내 요인과 국제 요인이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선 헤알화의 환율을 보기로 하자.

환율 그래프에서 보듯이 달러 대비 환율은 2011년 6월의 최저점 이후 지금까지 4년 이상 상승하고 있다. 원화 대비 환율은 2011년 4월 29일 1헤알당 694.99원의 최고점 이후 지금까지 줄곧 하락하고 있다. 내부가 취약하면 외부의 영향을 더욱 더 쉽게 받고 많이 받게 된다. 브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0년 7.6% 정점으로부터 경제성장률이 계속 내리막길이다. 금년 3·4분기까지 1년간 누적 성장률은 –4.5%이며 3·4분기만 -1.7%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기대치보다 악화되고 있다. 브라질은 제조업이 취약하고 대신 원자재인 철광석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수축되면서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브라질 수출의 48%를 차지하는 원자재 수출이 저조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점점 하락하다 못해 후퇴를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물가상승률은 2010년 5.9%를 비롯하여 줄곧 5.5~6.5% 사이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2015년에는 심각한 가뭄과 관리물가의 인상으로 약 9.93%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2010년 10.8%에서 2012년 7.2%까지 내렸다가 2015년 7월 29일 14.25%까지 올렸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의 추가인상을 예측하고 있다.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따라서 물가상승률도 높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정반대의 악순환이다. 이러다 보니 국채 유통수익률이 15%를 오르내리는 일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2014년 말에 발생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로 정치권이 분열되면서 현 정권의 재정수지 개혁 등에 대한 불신과 대통령 탄핵 수준에까지 이른 최저 지지율 등이 복합적으로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헤알화 환율 상승의 대외적 요인들


대외적으로는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 발표로 신흥국에서 해외투자 자금(달러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째 0.25%로 유지되어 오던 미국 기준금리의 연내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달러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9월 9일에는 미국계 신용평가사인 S&P의 브라질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하면서 ‘부정적(Negative)’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브라질 내의 해외투자가들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인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 악재들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도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위시한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목인 철강석 등의 수출물량 감소와 가격하락은 경제성장과 재정수지를 더욱 후퇴시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손실을 입었지만


환율의 지속적 상승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은 개인투자자는 브라질 국채투자에서 견딜 재간이 없다. 2010~2011년 그리고 2014년에 헤알화 표시(환헤지 불가상품)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일명 ‘강남여사’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브라질 국채이자 10%의 비과세 수익에도 불구하고 이미 40% 이상의 원금 손실을 입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금액이 6조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으며 90% 가까이가 개인투자자라고 한다.

브라질 국채 거래라는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한 금융회사들도 전전긍긍이다. 어느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손절매를 권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그래도 국채 만기까지 보유하면 환율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는 더 이상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의 보고서나 언론 어디에도 긍정적인 자료와 기사는 없다.

브라질 국채에 대한 지속적 관찰 필요

남들이 투자할 때 기다리고 남들이 빠질 때 들어가야 한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어느 시점에 최고점(헤알화 가치 최저점)을 찍고 돌아서느냐 아니면 적어도 바닥에서 횡보하느냐에 관심을 집중하면 된다.

브라질이 대외채무를 갚지 못하는 디폴트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유는 외환보유액과 양호한 대외채무 때문이다. 다행히 2014년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741억 달러인 반면 대외 총 부채는 3455억 달러이다. 갑작스러운 지급불능(디폴트)을 불러올 수 있는 단기채무는 526억 달러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부채는 14.1%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부문에서 수출채산성이 좋아지게 된다. 무역 규모는 증가하지 않겠지만 무역수지는 좋아지게 되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물가를 잡기 위하여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채의 유통수익률은 올라간다. 물가와 경제성장은 올해보다 2016년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한다. 국내외적 악재로 인하여 이미 빠져나갈 해외자금은 이제 거의 빠져나갔다. 예상되는 악재로 인하여 선제적으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막상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빠져나갈 해외자금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기다림도 투자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
브라질의 악재는 거의 노출되었다. 노출된 악재와 환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꾸준히 관찰하는 인내와 혜안이 필요하다. 헤알화 환율이 상승된 상태에서 안정이 되거나 조금이라도 반전(환율하락)이 된다면 브라질 국채투자는 다시 유효하게 된다. 이만큼의 이자수입과 비과세되는 매력적인 투자상품을 아직 보지 못했다. 해외 투자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아직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내년까지 1달러 대비 4.25헤알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한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투자하는 역발상의 투자, 이게 곧 스마트 투자이고 스마트 머니가 가야 할 길이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