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예비입찰, 4월 19일 1차입찰, 지난달 19일 2차입찰 일정으로 진행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는 총 4개 진영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혼선을 거듭하다가 이날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최종 선정됐다.
특히 민간 기업 재건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불거지며 진영 구축을 주도한 산업혁신기구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지적한 아사히신문은 “도시바가 매각 대상으로 ‘한미일 연합’을 선택한 것은 일본 정부가 도시바를 일본에 남기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도시바메모리 출자의 과반을 담당하는 만큼 향후 자국 내 고용이나 개발·생산거점 유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도시바의 우선협상자 발표 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일본의 고용 유지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며 “정보 보안 면에서도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금액뿐만 아니라 이러한 우려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최적의 매각 대상이 선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시바 내부에서도 해외 기술유출 우려와 일본 내 고용 확보, 매각 절차 확실성 면에서 봤을 때 한미일 연합이 가장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미일 연합이 제시한 인수액(2조1000억엔)이 도시바의 요구 기준을 넘어서 사내 평가도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NHK는 매각 대상인 도시바메모리 욧카이치 공장 직원을 인용해 “평소와 별 차이 없이 일하고 있지만 한미일 연합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 시민들은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이니 일본이 인수하길 바랬다” “미국과 한국이 함께 한다는 선택은 어쩔 수 없지만 일본이 독자적으로 인수하길 원했다” 등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도시바’라는 이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스라니 나타났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