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SBS는 2016년 가수 정준영의 ‘몰카영상’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정준영 휴대전화기를 받아 복원한 포렌식 업체에 전화를 걸어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를 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경찰이 증거인멸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다. 담당 경찰관과 인터뷰를 보면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다.
“어차피 본인(정준영)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에서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 될까 해서요.” 노골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냥 데이터 복구 불가로 해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업체 측은 그런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다.
“내가 지금 '복원 불가 확인'이라는 말은 용어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담당 수사관이 그런 얘기를 해달라고 사설 업체에다 의뢰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런 거 요구하면 안 되는 거죠?) 안 되죠. 왜냐면 (포렌식이) 진행 중인데” 당시 담당경찰관은 취재차 찾아간 SBS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음성이 들어 있는 녹취록을 들이밀자 꼬리를 내렸다.
만약에 (범죄 증거가) 있다는 걸 알고서 포렌식 업체에 “없다고 해달라”고 한다면 증거인멸 문제가 될 수 있다. 직무유기나 직권남용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준영 사건의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 경찰의 부끄러운 현주소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경찰에 수사를 맡길 수 있겠는가. 다들 아니라고 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할 게 아니라 검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문제로 미묘한 시기다. 검찰이 사건을 채 가기도 쉽지 않을 터. 일단 경찰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권익위는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경찰을 믿지 못하겠는 뜻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검찰에 명분에서 밀릴 수 있다. 경찰이 똑바로 수사를 해야 할 이유랄까.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