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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낙하산 관행', 진보-보수 정권 '도긴개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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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낙하산 관행', 진보-보수 정권 '도긴개긴' 수준

광물자원공사 제외한 주요 공기업 사장 인선 마무리...대부분 관료·정치인·측근 '낙점'
민간기업 출신 수장 드물어...'전문성 논란' 오영식 전 코레일사장 사퇴 뒤 관료 선호 뚜렷
정부 입맛 맞는 코드인사 "정책 효율성 기여" vs. "하수기관 전락 독립경영 요원" 엇갈려

왼쪽부터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한국가스공사 신임사장에 채희봉 전 청와대 정책비서관이 9일 임명되면서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외한 주요 공기업의 사장 인선작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가스공사 사장 자리마저 관료 출신이 낙점되면서 문재인 정부도 주요 공공기관장을 청와대나 관료 출신으로 채우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되풀이해 이전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채희봉 가스공사 신임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으로 에너지자원실장과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정승일 전임 사장이 떠난 수장 공백을 10개월 간 충실하게 메워온 '36년 가스공사맨' 김영두 사장직무대리를 제치고 채 사장이 새 수장으로 선택된 것과 관련, 회사 사정에 정통하고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내부인사보다 청와대·주무부처와 정책 조율을 잘 할 수 있는 이른바 '코드 인사'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공공기관 인선의 난맥상을 지적하고 있다.

즉, 청와대나 관료출신 인사가 공공기관장 자리를 독식하는 현상이 현 정부나 과거 정부나 '도긴개긴'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4월 취임한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은 한국지멘스, 하이닉스반도체 등 민간기업에 몸 담은 경력이 있지만, 출신은 산업부 제1차관을 지낸 정통관료였다.

같은 달 수장을 맡은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도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산업경제실장과 산업부 차관보를 지낸 관료였고, 앞서 지난해 1월 사장직을 맡았다가 8개월만에 산업부 차관으로 옮긴 정승일 전 가스공사 사장도 산업부 무역투자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 출신이다.

역시 지난해 1월 취임한 한국조폐공사 조용만 사장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이어 4월 자리에 오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권평오 사장도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지냈다.
이밖에 올해 3월 직무를 맡은 코레일 손병석 사장은 2017년 6월까지 국토부 제1차관을, 4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장직에 오른 구본환 사장도 취임 직전까지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맡고 있었다.

더욱이 정권 초기에는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임명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문재인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7년 11월 보직을 맡은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등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중견 정치인 출신이다. 이어지난해 1월 수장직에 오른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도 열린우리당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후임자리는 차지한 한국지역난방공사 황창화 사장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을 지냈고, 같은 해 12월 선임된 한국공항공사 손창완 사장은 경찰 출신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정치인 범주에 속한다.

관료와 정치인 출신 못지 않게 측근이나 의 기관장 낙점도 도마에 오르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2월 취임했다가 강릉 KTX 탈선사고로 10개월만에 중도하차한 오영식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출신으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같은 해 5월 수장에 오른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거쳤다.

올해 3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CEO를 맡은 문대림 이사장은 국회 입법보좌관을 거쳐 지난해 2월까지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직무를 수행했다.

같은 3월에 선임된 한국농어촌공사 김인식 사장은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출신으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농어촌대책 태스크포스팀 팀장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오영식 전 코레일사장 사퇴 이후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자 올해부터는 공공기관장에 청와대와 관료 출신 인사의 임명 경향이 더 농후해 졌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나 관료 출신 공공기관장은 정부 정책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공공성과 동시에 수익도 창출해야 하는 공기업의 수장은 자칫 공공성을 중시하다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날 수 있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경영적 판단'과 '중립적 자세'가 요구된다.

현 정부 들어 주요 공기업 수장에 임명된 민간기업 출신은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한국석유공사 양수영 사장, 증권사 임원을 지내다 같은 달 보직을 맡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재광 사장 정도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민간기업 출신 공공기관장 중에는 정부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업무방침을 지시하면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주무부처 국장·과장들은 민간인 출신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2010년대 초 국내 굴지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던 한 에너지공기업 사장이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정부정책에 맞서다 결국 1년 3개월만에 옷을 벗은 사례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정권 구분 없이 산하 공기업을 권력의 입맛대로 '정책 하수기관' 역할을 원하는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