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조양호 전(前)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지난해 연말부터 전면전을 벌여왔던 강성부펀드 입장에서는 최근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이른바 '남매의 난'이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한진 일가와 승부를 벌였던 강성부펀드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계속 늘려왔다. 강성부펀드는 한진칼 보유지분율을 당초 15.98%에서 1.3%포인트 늘려 17.29%를 확보한 상태다. 한진칼 지분 중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다.
현재 한진칼 최대주주인 조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조 씨 3남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10%), 반도건설(6.28%)도 최대 주주로 올라있다.
한진칼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체급'을 키워온 강성부펀드와 한진 일가의 재격돌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 조 전 회장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이 또다시 한진 일가와 단일 전선을 구축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40%에 육박해 강성부펀드 공세를 막을 수 있다. 델타항공은 올해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해 올 3분기 말 현재 보유지분이 10%다.
하지만 한진칼 지분율을 꾸준하게 늘려온 반도건설의 향배도 변수다. 반도건설은 올해 10월 한진칼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처음 공시한 후 한진칼 지분율을 최근까지 6.28%로 늘렸다. 반도건설은 단순투자라는 입장이지만 강성부펀드와 손을 잡을 경우 보유지분이 23.57%로 늘어나고 우호 지분을 공개적으로 확보하면 한진가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현재로선 ‘조현아-조원태’ 남매간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양측이 직접 대결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강성부펀드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조 전 부사장이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강성부펀드는 남매의 경영권 분쟁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분이 비슷한 오너 일가 가운데 한 명이라도 경영권을 맞바꾼 ‘빅딜’에 나선다면 조 회장의 방어 전선은 무력화 될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끊임없이 국민적 공분을 사왔고 구설수에 올랐던 한진 일가의 이번 경영권 분쟁은 한진그룹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 것”이라면서 “한진 일가에 실망한 주주들은 강성부펀드 등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새 오너를 내세울 수도 있다”며 한진가 분쟁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