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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이리떼 전술’ 방지,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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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이리떼 전술’ 방지,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 강화해야"

헤지펀드의 기업공격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 '5% '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의 문제점'에서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를 3%로 낮추는 동시에 1일 내 신고로 기관투자가 공시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5% 이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에 대해서는 월별 약식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5% 은 상장회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 경영권과 무관한 보유목적의 범위를 넓혀 이사해임청구·위법행위 유지청구,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관련 주주 활동은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보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의 유형 중 '전문투자형''경영참여형'의 구분을 폐지하고 해외 헤지펀드와 똑같은 대우를 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역시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통해 주주와 경영진의 대리인비용을 감소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기대하지만 단기 실적주의로 인해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시킨 사례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의 타깃이 비윤리적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수익성이 좋으나 배당성향이 낮고 현금보유 비중이 높은 우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헤지펀드의 단기 실적주의는 기업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투자 및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듀폰은 헤지펀드 공격 이후 비용 절감을 통해 단기 주가를 상승시켜 주주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기술연구소를 폐쇄,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 기업의 인위적 구조조정의 사례도 존재한다.

행동주의 펀드 잔 파트너스는 미국의 홀푸드 경영진에게 주가 상승 압력을 넣었고 이후 아마존에게 기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헤지펀드의 요구로 인한 경영진 교체 사례 역시 GE, 포드자동차, US 스틸, AIG, 야후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헤지펀드의 주요 활동 무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 사례는 2011년 대비 201810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평균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4대 그룹 상장기업 55개 가운데 35%19개가 대주주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등 헤지펀드에 취약한 구조라며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포이즌필 같은 방어수단이 없어서 자기주식 매수를 통해 경영권 방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자기주식 매수뿐만 아니라 자기주식 신탁을 통한 간접적인 자기주식 매수까지 포함할 경우, 기업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되사는데 쓴 돈은 201781000억 원에 이어 2018년 상반기에만 360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이 높아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안정적인 장기 주식투자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배당수준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으나 내수 부진과 함께 기업들의 침체된 설비투자가 국내경기 회복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수와 배당의 확대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최근 헤지펀드의 공격 경향은 이리떼 전술 또는 이리떼 행동주의(wolf pack activism)로 불리는데, 여러 헤지펀드가 증권 감독 당국에 신고해야 할 비율(미국의 경우 10%, 한국의 경우 5%) 이하 지분을 보유하며 공시의무를 회피하다가 별안간 함께 타깃 회사를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프팩 전략으로 2015년에만 미국 상장회사 중 343개가 공격을 받았고, 2016년 상반기에 113개 회사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격도 불과 7년 만에 10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결권 연대행사 금지를 주장했다.

또 주식 대량보유 신고제도에서 5% 룰은 3% 룰로 변경하고 1일 내에 신고하게 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의결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공시의무의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