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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최적화된 편리미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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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최적화된 편리미엄 디자인

[김정한의 씽크어바웃디자인(2)] 편리에 가치까지 더한 편리미엄 디자인 세계(하)


미니멀 디자인과 첨단 기술이 만난 특수 가전

2010년 테드(TED·미국의 세계적인 강연 프로그램)에서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세탁기가 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세탁기는 여성을 빨래 노동에서 해방시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고 나아가 성의 역할과 사회구조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인류가 세탁기를 개발하고 더욱 복잡해진 사용자 니즈는 세탁기와 개념은 다르지만 보다 진화된 의류 케어 제품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LG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의류 케어 제품인 ‘스타일러’의 경우 1분에 최대 200번 움직이는 무빙 행어로 먼지를 털어내고 물 입자의 1600분의 1만큼 미세한 트루스팀으로 옷감에 밴 냄새 입자를 포획한 후 40℃ 저온 건조 과정에서 함께 날려버리는 원리로 작동된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전면부 디자인. 사진=LG전자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전면부 디자인. 사진=LG전자


스타일러의 전면은 거울로도 사용 가능한 블랙 틴트 미러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고 화면을 터치하면 디스플레이가 보이는 히든 터치 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GUI. 사진=LG전자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GUI. 사진=LG전자

스타일러의 GUI는 평균적인 성인의 키높이에 위치하여 시인성이 좋고 좌에서 우로 배치된 터치식 매직 디스플레이에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세팅되어 다양한 의류에 맞춤형 케어가 가능하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내부 디자인. 사진=LG전자
LG전자 트롬 스타일러의 내부 디자인. 사진=LG전자

스타일러의 내부 디자인은 겉옷과 하의를 기준으로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고 평균적인 1인 가구의 다음날 입을 수 있는 정도의 스펙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찰을 통한 인사이트와 사용자 니즈를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 전략을 기획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와 달리 제조사 임직원의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최초의 제품인 만큼 폼팩터(형태)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일반 주택에 설치 가능한 스펙을 찾아 1세대가 출시했고 2세대의 경우 일반 소비자부터 가구, 인테리어 전문가 인터뷰 등을 진행하여 옷장 사이즈 45㎝로 출시했다고 한다.

편리미엄의 완전체 애플 에어팟.
편리미엄의 완전체 애플 에어팟.


애플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히 크다. 심지어 산업 구조 자체가 기술 집약 구조의 제조/제품 중심에서 사용자/가치 중심의 플랫폼 구조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애플이 만든 제품들은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상당한 영감을 주었다.

2016년 9월 공개된 에어팟은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코드리스 이어폰이다. 외관 형태는 기존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이어팟과 유사하고 마이크 때문에 아래쪽이 좀 더 길게 디자인되어 있다. 블루투스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갤럭시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호환이 된다는 점이 기존 애플 제품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에어팟은 2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에 가장 적합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무선 이어폰이 주는 환경변화는 단순히 선만 없어졌다는 폼팩터(Form Factor)를 뛰어넘는다. 블루투스 반경 내에서 활동의 제약이 없고 작고 가볍다는 장점은 편리미엄 가전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애플 에어팟 프로의 내부.
애플 에어팟 프로의 내부.


크기가 작다고 기능이 축소된 것도 아니다. 에어팟은 귀에 착용하고 있음에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음악 재생시 5시간, 연속 통화시 3시간 정도로 배터리 지속 시간 또한 넉넉하다. 적외선 센서는 착용과 동시에 자동으로 인식하고 뺄 경우 재생이 멈추는 등 기능 역시 첨단 IT기기의 최정점에 있다.

이어폰 케이스 디자인은 충전과 보관이란 두 개의 기능 외에도 조형적으로도 심플하고 모던한 애플의 아이덴티티를 따르고 있으며 다양한 DIY까지 가능하다. 2018년 3500만대를 출하했고 작년 한 해 동안 두배 가까이 성장한 약 6000만대를 판매한 코드리스 이어폰의 최강자이며 사용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상기와 같이 예로 든 편리미엄 제품들은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최적화된 사례들이며 제품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몇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간편한 사용성이다. 편리미엄에서 시(時) 테크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디자인이 훌륭해도 복잡하다면 사용자는 더 편한 디자인을 고를 것이다.

둘째, 차별화된 성능이다. 편리미엄에서 제품은 더 편리하고 더 나은 가치 추구가 전제되어야한다. 일반적인 성능으로는 이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하기 힘들다. 강자들이 즐비한 레드오션에서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차별화 된 시장에서 첫 번째로 포지셔닝할 것인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김정한 계월예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
김정한 계월예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

셋째, 납득 가능한 효과다. 편리미엄에서 시간 빈곤은 가장 분명한 팩트이며 멀티테스킹은 필수적인 니즈이다.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면 대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편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이다. 단, 그것이 납득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편리미엄은 신조어지만 그 기저에 깔려있는 가치 기반 제품에서 사용자는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세삼 느낀다.


김정한 계원예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