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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크루그먼, 신흥시장 금리 내려도 효과 못보는 '유동성 함정'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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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크루그먼, 신흥시장 금리 내려도 효과 못보는 '유동성 함정' 확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신흥시장에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신흥시장에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
신흥시장에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 확산되고 있다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CUNY) 교수가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크루구먼은 라틴 아메리카 주요 경제국들이 2개월째 수십년만에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금리인하가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페루, 칠레는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새로운 정책대응을 고심하고 있고, 브라질과 콜롬비아 역시 조만간 같은 처지가 될 전망이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가 제로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통화정책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이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들을 괴롭혀온 문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 이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았다.

크루그먼은 유동성 함정 문제가 이제 신흥시장 일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일 전화 인터뷰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수 없다는 어떤 논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페루 중앙은행은 지난주 코로나19에 대응해 수요를 지속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통화정책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칠레 중앙은행은 은행들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크루그먼에 따르면 이같은 종류의 대응은 정책금리를 낮추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덜하다.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도 낮고, 달러 표시 채무 수준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는 전통적인 신흥시장 위기, 즉 통화 매도세가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부르거나 채무위기를 부르는 상황에 덜 취약하게 만들어주고는 있지만 이들 신흥시장을 완전히 새로운 어려움으로 빠뜨리고 있다.
크루그먼은 "터키나 아르헨티나의 경우 자본유입 감소에 따른 전형적인 신흥시장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전세계의 많은 신흥시장은 이 문제에서는 큰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12년전 세계금융위기 중에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페루 중앙은행은 금리를 각각 5%포인트 또는 그 이상 낮춰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이들 4개국 금리는 모두 5% 미만이었다. 현재 금리 수준은 0.25%인 페루를 비롯해 가장 높은 콜롬비아도 3.25%에 불과하다. 파라과이, 과테말라 같은 더 작은 나라들은 아예 제로금리에 가깝다. 아시아와 동유럽 일부 신흥시장들도 이 수준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경우 금융시장 불안을 부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칠레는 브라질보다는 운신의 폭이 훨씬 더 크다.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은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이들 중앙은행은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어도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신흥시장들은 금융시장 불안 우려로 재정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크루그먼은 신흥시장들이 현재 어떤 제약조건에 놓여 있는지에 관계없이 정책 담당자들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