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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유연하되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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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유연하되 단호하게

최영운 유통경제부 부장·부국장
최영운 유통경제부 부장·부국장

# “6~7월에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7건이나 산자위에 제출됐습니다. 이름이 유통산업발전이지, 이건 대형마트 족쇄법이나 다름없어요.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인데 왜 손발을 묶으려만 하는지….”

최근 만난 업계 임원은 조심스럽지만 답답한 속내를 때론 눈치를 살피며, 때론 억울함을 호소하듯 속마음을 토해냈다.

유통법의 내용인즉 영업규제 대상을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까지 포함시키고, 규제지역을 전통시장과 상점가 반경을 지금의 1km 이내에서 20km 이내로 확대해 대형마트 출점을 사실상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또 인가절차도 지역협력계획서 내용을 강화해 지금의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백화점과 면세점도 주 2회 의무 휴무도 포함돼 있었다. 말로는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지만 그 효과는 ‘의문’으로 남았다.

# 가까스로 보일 듯했던 코로나19 탈출구가 다시 꽉 막혀 버렸다. 단순히 탈출구 봉쇄가 아니라 나가는 길마저 미로처럼 더 꼬이고, ‘악한’ 바이러스는 광범위하게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코로나19 재확산은 ‘전광훈의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가 결정적이다.

보건당국의 다중 밀집 집회 위험 경고를 보란 듯 무시하고, 그들만의 특정 목적에 집착해 사회, 경제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줬다. 이미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고 클럽과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감염 고위험시설 12종이 셧다운 됐다. 유통업 종사자들은 물론 12월 3일 대입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과 학부모, 교육관계자 등 수 많은 사람의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간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3단계로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세계 모범국으로 인정받은 K-방역의 한 축인 의료계가 이제는 ‘그들만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윽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을 '4대 악(惡) 의료정책'으로 꼽으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4대 악이라는 것이 과연 국민건강을 위협할 ‘악’인지, 그들만의 ‘성벽 높이기’는 아닌지 스스로 반문할 일이다. 정부는 이미 6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5000여 명에 이르는 한국인 근로자를 위해 비대면 진료에 들어갔다. 해외 거주 한국인이 앱에 증상을 입력하면 국내 대형병원 의사가 전화·화상·앱을 통해 랜(LAN)선 진료를 하고 있다.

20세기 대표적 지성으로 불리는 칼 포퍼(1902~1994)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저서에서 전체주의(닫힌 사회, closed society)의 위험과 허구성을 비판하며, 끊임없는 비판과 반증을 통해 ‘열린 사회(open society)’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8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초 사망자 40만 명을 넘은지 석 달 만에 두 배나 늘었다.

영국 면역학계 권위자 마크 월포트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종식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며,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위드(with) 코로나’ 시대다.

칼 포퍼가 일갈했듯 자신의 신념과 이념만 옳다 주장하고,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은 ‘닫힌 사회'로는 코로나 극복도, 사회 통합도 더 힘들어 질 것이다.

21대 국회가 출범한지도 3개월이 지나간다. 시스템이 디지털로 급변하고 언택트가 생활화 된 지금, ‘그들만의 건배’가 아닌, 국민 최대가 축배를 들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과 집행의 단호함이 필요하다.


최영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o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