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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 '온라인 베팅', 찬반논쟁 넘어 경마산업 전화위복 계기로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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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흐름 '온라인 베팅', 찬반논쟁 넘어 경마산업 전화위복 계기로 만들 때

제주도의회, 시민단체 반발에 '온라인 베팅 도입' 건의안 채택 무산
시민단체 "적자해소 위해 코로나19 핑계로 온라인 베팅 도입은 이기적"
말산업계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베팅은 세계적 흐름...성공적 정착 고민해야"

제주도 말 목장의 제주마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이미지 확대보기
제주도 말 목장의 제주마 모습. 사진=한국마사회
말산업계가 온라인 마권 발매(온라인 베팅)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일부 시민단체가 말산업계 경영위기 해소를 위한 이기적인 목적의 도박규제 완화는 안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 주장이라며, 단순한 말산업계 경영위기 극복 차원이 아닌 세계 흐름에 따라 온라인 베팅은 불가피하고, 지금은 이 제도를 어떻게 경마산업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지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1일 말산업계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제주도의회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말산업 규제완화 건의안'을 상정했다가, 과반수 미달(찬성 16, 반대 13, 기권 6명)로 부결시켰다.

이는 비대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청와대, 정부, 국회 등에 도의회 명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앞서 지난 8월 24일과 지난달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과 윤재갑 의원은 전자적 형태의 승마투표권(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해, 현재 심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달 25일 제주도의회 건의안 의결 직전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온국민을 도박중독으로 몰아넣는 말산업 규제완화 건의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성명서에서 "제주도의회는 경마사업 중단이 말산업 전체의 문제인양 호도하고 있다"며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 제한이 되지 않고 있는데, 온라인 공간에서 도박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호언장담은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세계적 트렌드라는 큰 흐름에서 접근한다면 모를까, 한국마사회와 경마업계의 경영위기 타개를 목적으로 온라인 베팅 허용을 요구한다면 이기적인 요구로 비춰져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말산업계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는 앞뒤가 맞지않는 이율배반적 주장이라며, 일부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시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기권표를 던져 찬성이 반대보다 많음에도 건의안이 부결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반대론자들은 말산업계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코로나19를 핑계로 온라인 베팅을 요구한다고 주장하지만, 말산업계와 마사회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베팅 허용을 요구하고 있었고, 지난해 11월 민주당 강창일 전 의원은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내용을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고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국내 말산업계는 온라인 베팅 도입이 세계적 추세임을 반영해 국내에도 온라인 베팅 도입을 요구했지만, 당시에도 반대론자들은 여건 미성숙, 국민정서 등 근거가 모호한 이유를 들며 반대해 결국 20대 국회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말산업 규모 3조 4100억 원 중 경마가 차지하는 부분이 전체 87%인 2조 9600억 원"이라며 "경마산업 위기는 곧 말산업의 위기"라고 반대론자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온라인 베팅은 한명 한명 따라다닐 수 없는 오프라인 베팅보다 오히려 더 본인인증, 베팅제한 등 기술적으로 청소년 접근 차단과 도박중독 차단이 용이하다"며 "청소년이 호기심에 부모 핸드폰으로 베팅하는 것 등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통제가 안될 것이라는 주장은 온라인 베팅 시스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말산업계는 반대론자들이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면 사행심이 조장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반대론자가 사행심 조장 우려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성인도박유병률 등 최근까지 집계된 국내 도박중독자 수와 국내 불법도박시장 규모 통계자료 정도 뿐"이라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역시 일반국민의 사행심 확산이 우려되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그 우려의 근거로 기존 통계와 용산 등 과거 장외발매소 주변주민 반대 사례 외에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도박중독·불법시장 관련 통계자료는 오프라인 발매제도만 존재할 때의 자료로, 온라인 베팅 도입 이후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며, 기존 장외발매소에 대한 반대 역시 자신의 주택과 학교 인근에 '오프라인 발매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온라인 베팅 도입 이후 불법도박시장이 축소됐다는 조사결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다수 발표되고 있다는 것이 말산업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듯, 다른 시민단체들은 과거에 비해 다소 유연해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조직을 갖춘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명시적으로 찬성, 반대한다기보다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춘 후 온라인 베팅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인 김규호 목사는 "온라인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합법도박을 키워야 한다"며 "도박예방, 치료, 재활장치를 완벽히 만들어 놓는다는 조건 하에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자는 '조건부 찬성'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감독기관인 농식품부는 주관기관인 마사회가 운영시스템, 안정장치 등을 충분히 마련해 오면 온라인 베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는 현재 국내 스포츠토토와 복권이 온라인 발매는 물론 최초 회원가입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경마는 이보다 더 철저한 인증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관계자는 "국내외 유사업종 사례 등을 참조하되, 부작용이 없도록 한층 강화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는 "온라인 베팅은 입법사안이기 때문에 감사사안을 주로 다루는 지난 7일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는 이 사안이 언급되지 않았다"며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농해수위에 회부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 세계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금융, 소비, 여가 등 모든 생활에서 모바일, 비대면이 확산되고 있었다"며 "코로나19를 떠나서 세계 흐름에 따라 온라인 베팅 도입은 필수라고 본다. 지금은 찬반논쟁보다는 온라인 베팅 제도를 어떻게 경마를 국민레저로 발전시킬 계기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