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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화석연료 중독과 탈(脫)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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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화석연료 중독과 탈(脫)석탄

이진우 산업2부장.
이진우 산업2부장.
나 스스로 집에서 쓰레기 분리를 ‘철저히’ 한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다 쓴 캔·종이류는 따로 구분하고, 병이나 투명 플라스틱은 겉면에 붙은 광고 라벨을 일일이 다 떼낸 뒤 모아서 배출한다.

뭘 그렇게까지 꼼꼼히 챙기냐고 핀잔을 받을 수 있지만, 나 한사람의 노력일망정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구 보호에 아주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오염과 파괴로 고통받는 다른 생명체와 지구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다고 생각하기에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쓰레기 분리를 실천하면서도 종종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산업화로 굳건하게 ‘철옹성’을 구축한 현대 문명사회가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라고.

왜냐 하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문명과 소비문화의 원천은 다름아닌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다름아닌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이다.

화석연료는 일부 북유럽권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나라의 발달 정도와 관계없이 에너지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가 물질문명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전기도 다름아닌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생한 열에너지에서 나온다. 물론 원자력 발전도 있지만 중심은 아니다.

특히, 석유는 ‘만능 자원’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정제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수많은 화학물질은 우리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온갖 이기(利器)로 전환돼 인류의 삶과 정신세계까지 규정짓고 있다.

다소 장황스럽게 설(說)을 늘어놓은 이유는 최근 국내 최고이자 글로벌 굴지의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한전)의 해외석탄개발사업 참여를 놓고 환경론자들과 정부·산업계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찬반 논쟁 때문이다.
한전 이사회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바(Jawa) 9·10호기, 베트남 붕앙(Vung Ang) 2호기 등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을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잇따라 최종 승인했다.

한전은 발주자인 해당 국가가 먼저 원하는 사업이며, 신기술을 적용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두둔했다. 우리 정부도 해외사업에 같이 참여하는 국내 민간기업을 고려해 한전과 비슷한 입장이다.

그러나, 석탄개발을 둘러싼 나라밖 사정은 한전과 정부의 입장과 달리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95개 중 39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교토의정서 체제’(1995년)가 만료되고, 195개국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제’(2016년)로 전환된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핵심 내용은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를 1.5℃ 이내로 줄이고, 나라마다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이행 뒤 향후 5년마다 상향목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이미 제출했기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한, 환경단체와 학계·시민사회의 거세진 압박으로 글로벌 기업이 석탄개발사업에 손을 떼거나 불이익을 받는 상황도 한전과 정부의 ‘석탄사업 고수’ 행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굴뚝산업의 상징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달 석탄화력발전 사업에서 손떼겠다고 선언했고, 다국적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은 주주인 영국성공회연기금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계획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주식매각 처분 수모를 당했다.

국내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한전의 석탄화력발전사업 중단을 촉구했고, 금융그룹인 KB, 신한이 글로벌 자본의 압력에 못이겨 석탄개발사업에 투자 않겠다는 ‘탈석탄 금융’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한전과 정부의 해외석탄사업 참여 결정에 우리 여론은 대체로 ‘중립’ 입장인 것 같다. 기후변화를 외면할 수 없지만, 사업 자체가 철회되지 않는 한 중국·일본 같은 경쟁자가 차지해 결국 한국만 손해 보고 석탄개발도 막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리라.

앞에서 재활용쓰레기 분리에 종종 회의감이 든다고 고백한 것은 이처럼 몸(현실)은 화석연료가 안겨주는 혜택에서 젖어 있으면서, 머리(이상)로는 ‘화석연료 탈출’을 꿈꾸는게 너무 이율배반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환경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 이유도 ‘친환경 성장’이라는 모순 논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중독’에 빠져 있는 현대인에게 지구 보호와 물질 향유라는 두마리 토끼잡기는 양립할 수 없는 난제일까.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