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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농심, 코로나에도 승승장구… '해외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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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농심, 코로나에도 승승장구… '해외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3분기 매출 6514억, 영업익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57% ↑
내수 시장 넘어 글로벌 시장서 영역 넓혀가며 세계 라면 기업 5위 우뚝
미국·중국·동남아 등지에서 'K푸드' 위상 확보… 식사· 간식용 식품 '자리'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농심
농심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이라는 3개의 상장사로 이루어진 농심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3개 상장사의 오너일가 시가총액은 약 4975억 원으로 식품 업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농심의 지배기업인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부회장 지분율이 42.92%로 최대 주주 자리에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13.18%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은 총 66%에 이르러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단단하다.
농심그룹은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 신동원(장남) 농심 부회장, 신동윤(차남)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3남) 메가마트 부회장 중심으로 계열 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농심은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문 경영인인 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 함께 이끌고 있다.

국내 대표 라면 기업인 농심은 올해 국내 라면시장 성장과 함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농심의 3분기 실적은 매출 6514억 7784만 원, 영업이익 293억 1806만 원이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4%, 영업이익은 57%나 늘었다.

올해 국내 라면시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만나면서 3분기까지 약 1조 6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성장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위기에 강한 식품’이라는 라면의 특징이 통한 것이다.

국내 라면시장 1위인 농심은 3분기까지 약 55.4%의 점유율을 차지하면 전년 대비 1.4%p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스테디셀러가 진가를 발휘했다. 신라면은 상반기 기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 짜파게티는 23.2%, 안성탕면은 34.9% 증가했다. 위기상황일수록 신제품보다 이미 검증된 인기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위 넘어 세계 5위까지…‘한국 입맛’ 고수

농심 미국법인의 모습.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 미국법인의 모습. 사진=농심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5.3%의 점유율로 세계 라면 기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5.7%의 점유율로 6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5위를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올해 매출액 기준 해외법인 비중이 25.5%까지 늘어나면서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액은 꾸준한 성장세다. 2017년 6억 4500만 달러, 2018년 7억 6000만 달러 2019년 8억 달러를 기록 후 올해 9억 9000만 달러(약 1조 888억 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농심 미국법인은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1억 6400만 달러(약 1968억 원)를 달성해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이다. 이는 미국 판매 실적은 'K푸드' 열풍과 라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 라면이 간식 개념으로 여겨졌다면, 코로나19와 함께 한 끼 식사용 식품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농심의 미국 시장 공략은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 공급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간 맛의 차별화다.

농심은 해외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의 음식으로 공략하지 않고,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신라면은 현재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자국의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농심은 제품은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지 제품을 모방하지 않고 농심의 맛 그대로 시장에 선보인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미국 시장에 법인을 세우고 24년 만에 주류(主流)시장(백인·흑인 중심의 미국 현지 소비자) 매출이 아시안 시장을 앞질렀고, 작년엔 주류시장 점유율이 62%로 아시안 시장(38%)을 압도했다.

◇해외 시장 집중공략으로 영업이익 높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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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식품업계에서 비교적 영업이익이 낮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3.1%다. 지난해 매출 2조 원 이상을 기록한 식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6% 대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의 주력 부문인 라면과 스낵은 단가가 높지 않아 이윤이 많이 남는 구조는 아니다”면서 “생수 사업도 ‘백산수’는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와 달리 백두산에서 끌어오는 구조라 물류·운송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매출에서 55%가량을 차지하는 면류는 생활필수품으로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아 마진을 올리기 어렵다. 스낵 역시 봉지스낵을 판매하고 있어 단가가 낮다.

기대되는 부분은 해외 시장이다. 미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국 매출이 증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라면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이지만,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은 개당 1~3달러 안팎으로 국내와 비교해도 가격대가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농심이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신장률 130%로 세자릿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 신장 요인으로는 매출 확대로 인한 고정비 감소로 매출 총이익이 증가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은 대량 생산할수록 고정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도 38.3%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순현금도 3083억 원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판촉 등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면서 “내년에는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하면서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법인은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16.7%)과 영업이익률(11.4%)을 유지했다”면서 “국내는 코로나19가 상반기 대비 완화되며 수요 증가 추세는 둔화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함께 현지 주류시장 채널로의 입점 확대와 제품 라인업 강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확대를 통한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