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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슈퍼사이클 위기 上] 가격상승·물량전쟁에도 광물자원공사 '매각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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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슈퍼사이클 위기 上] 가격상승·물량전쟁에도 광물자원공사 '매각 마이웨이'

국제 구리가격 최고가 행진에 역주행, 칠레·파나마·멕시코 구리광산 조기 매각 서둘러
자원난 중소기업 가격급등에 조업중단 피해 속출...광물자원공사·조달청 공급 역부족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멕시코 볼레오 광산 모습. 사진=멕시코 뉴스매체 엘 헤랄도(El Heraldo)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멕시코 볼레오 광산 모습. 사진=멕시코 뉴스매체 엘 헤랄도(El Heraldo)
구리·니켈·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30년 간 계속 오르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해외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해외 원자재 개발 투자와 확보에 앞장 서야 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오히려 '모든 해외자산 매각'이라는 역주행을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자원외교 실패'의 책임과 적자 재정 타개를 위해 보유한 해외자산을 정리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이다. 그럼에도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자산 매각과 해외자원개발 중단 방침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자원 개발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은 물론, 금속 원자재를 사용하는 국내 제조 중소기업의 어려움까지 가중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란 위기 국면에 해외자원개발의 맏형 격인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원개발 현주소와 대안을 짚어보는 2회연속 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 광물자원공사 칠레 구리광산 매각 이후 국제 구리 가격 10년만에 최고 경신

최근 3년간 (2018년 5월~2021년 5월) 국제 구리가격 동향과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재고량 추이.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3년간 (2018년 5월~2021년 5월) 국제 구리가격 동향과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재고량 추이.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최근 광물자원공사가 발표한 '주간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5월 2째주 평균 전기동(전기분해로 생산한 순수한 구리) 가격은 1t당 1만 451달러(약 1190만 원)를 기록해 전주 평균 1만 85달러보다 3.6% 올랐다.

지난 7일에는 t당 1만 361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1년 2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고, 5월 2째주 초에는 1만 7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3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구리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인프라 투자가 회복되고 있고,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수요가 많은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광물업계에서는 글로벌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라 향후 30년간 구리를 포함한 국제 주요 원자재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와중에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3월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0% 전량을 캐나다 캡스톤마이닝에 매각 완료했다.

이 광산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던 캡스톤마이닝은 이로써 지분 100%를 확보했고, 광산인근 항만에 광물수출용 항만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등 광산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칠레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매장량 보유국으로,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은 향후 18년간 연평균 구리 6만 2000t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된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파나마의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의 지분도 모두 전량 매각할 방침이다.

세계 각국이 '광물자원 확보전쟁' 중인데 우리나라만 현재 생산중인 자산까지 모두 매각하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구리와 함께 가격이 치솟고 있는 니켈과 코발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5월 2째주 니켈 가격은 t당 1만 7706달러를 기록, 지난해 평균 1만 3789달러는 물론 4월 1일 1만 6001달러보다도 크게 올랐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도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생산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하고 있고, 필리핀산 니켈은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바토비 니켈광산은 세계 3대 니켈광산이다.

코발트는 구리광산과 니켈광산에서 부산물로 채굴된다. 코발트의 경우, 공급 불안정성으로 가격이 다른 광물자원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광물자원공사 해외광물자원 확보기능 상실에 중소기업 '자원 수급난' 현실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광석처리시설 모습.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광석처리시설 모습.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문제는 지난 2017년 결정된 광물자원공사의 모든 해외자산 매각 방침이 국제 원자재 시장의 급변에도 변하지 않고 있고, 이러한 방침이 계속 유지되면,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활동도 덩달아 위축될 뿐 아니라, 구리 등 금속재를 원료로 쓰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원자재 조달 어려움도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리, 철광석 등 금속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수년 단위로 계약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조달할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중소기업은 원자재 확보도 어려울 뿐 아니라 높은 원자재 가격을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구리·니켈 등 6대 전략 광종은 조달청이 기타 희귀금속은 광물자원공사가 각각 일정 물량씩 비축해 비상시 국내 공급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물량이 최대 국내 수요량의 30일분 정도로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조달청 역시 높아진 국제가격에 따라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광물자원공사의 역할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17년 제1차 해외자원개발 혁신태스크포스(TF)의 권고에 따라 모든 해외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며 지난 3월 공포된 '한국광해광업공단법'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는 사업 외에 직접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할 수 없다. 지난 4월 발표된 제2차 TF 권고에서도 모든 해외자산 매각 방침에 변화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큰 해외광물자원 개발사업은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지원금 규모를 늘리기도 했지만 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을 중단한 이후 민간기업의 활동도 덩달아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화산업단지 등에서 구리, 알루미늄 등 소재로 기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 중 조업을 중단한 업체가 늘고 있다"고 전하며 "광물자원공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광산에서 생산된 광물자원을 현물배당 형식으로 들여와 국내에 안정되게 공급하면 국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정부 방침에 따라 모든 해외자산 매각을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물자원산업협회 정강희 회장은 "정부와 광물자원공사는 광물자원공사 부채 해결에만 치중해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이나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 등은 매각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