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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소홀 남양유업의 교훈… 결국 회사 대주주마저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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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소홀 남양유업의 교훈… 결국 회사 대주주마저 바꾸었다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가 지분 전량 한앤컴퍼니에 매각
'오너 리스크 해소'와 '투명 경영' 기대감으로 주가는 급등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파문 후 대국민사과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파문 후 대국민사과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가(家)가 모든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 외 2명은 남양유업 보유 지분 전량인 53.08%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 8938주로, 계약금액은 3107억 2916만 원이다.
이번 조치는 '불가리스 사태'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후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전국 곳곳에서는 불가리스 제품이 품절되며, 남양유업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남양유업의 실험 결과에 신뢰성이 낮다고 밝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하며 사태는 심각해졌다. 세종공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불매운동의 바람도 뜨거워졌다.

이에 홍 전 회장은 '눈물의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기로 했다. 홍 전 회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통받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면서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임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모두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남양유업의 도덕불감증은 2013년 초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영업사원과 대리점주 간의 녹취록 공개후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촉발한 바 있다. 이어 몇 년 뒤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된 잇단 추문으로 남양유업의 이미지 추락은 거듭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히 한 결정적인 사태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불가리스가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자사 이기주의 홍보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비등점에 도달했다. 회사 임원은 물론 회장까지 나서 부랴부랴 고개를 숙이며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회사의 신뢰는 이미 회복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아 경영권 교체로 까지 이어졌다.

이번 사례는 최근 경영 이슈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보다 기업의 단기 이익에 급급했고, 관련 일가는 반사회적 행위에도 둔감핬다.
남양유업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너 리스크 해소'와 '투명 경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급등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에 매진할 전망이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