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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키패드·실업크레딧...쉽지 않은 내 연금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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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키패드·실업크레딧...쉽지 않은 내 연금 알아보기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1] 국민연금공단 누리집

오는 10월부터 노령연금(국민연금) 수령 대상자가 된다. 내가 받을 연금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 국민연금공단 누리집을 찾았다.

그래픽=이영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이영은 기자

누리집 첫 화면에서부터 진땀을 흘렸다. 가입내역 조회 메뉴를 눌렀다. 펼쳐지는 화면 속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공단 누리집의 친절한 말과 다르게 ‘로그인(접속)’부터 어려웠다.

접속을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해야 했다. 주민번호는 컴퓨터 자판이 아닌 ‘가상 키패드’를 일일이 마우스로 클릭해 입력해야 했다. ‘가상키패드’? 키패드가 뭐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니 ‘자판’, ‘숫자판’이라는 쉬운 우리말이 나왔다.

어렵사리 입력하니 눈앞에 팝업창(알림창)이 떴다. 공인인증 전자서명을 위한 프로그램 설치 안내다. 다운로드(내려받기)한 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이 부분도 나이먹은 세대들에게는 쉽지 않다) 간신히 접속했다.

국민연금 가입내역을 볼 수 있었다. 내역을 읽다보니 다시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추납보험료’? 추후납부 보험료라고 하면 그나마 쉬울 텐데 굳이 추납이라고 줄여서 쓸 필요가 있을까.

이어 머리를 쥐어 잡게 하는 ‘실업크레딧’. 이게 뭘까? 다시 인터넷에서 살펴봤다.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실직기간 동안 구직급여 신청자가 희망하면 보험료 일부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라고 나왔다. ‘실직 보험료 지원’이라고 하면 안 될까. 의문과 아쉬움의 연속이다.

낯선 한자 단어들이 계속 고개를 내민다. 나이를 먹어 한자를 아는 세대인데도 어렵다. 어린 세대에게는 ‘외국어’로 보여질게 분명했다.

‘임의계속가입자’에서 한참 헤맸다. 임의가입자도 어렴풋이 알겠는데 갑자기 임의계속가입자라니. 인터넷을 뒤졌다. “임의계속가입자는 만 60세에 도달하여 의무가입대상은 아니지만, 아직 회사에 다니는 등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장한 사람”이라는 설명이 보였다.

“내가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구나.” 얼핏 공단에서 통지를 받은 것 같다. 용어 자체가 생경해 그때는 몰랐다. 이번에 연금을 수령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공단 누리집을 살펴보다 알게 됐다.

나이를 먹어가며 가장 많이 찾는 국민연금공단 누리집. 곳곳에 외국어와 한자어가 보인다. 방문자를 위한 편의가 부족했다. 좀 쉬운 표현은 없을까. 임의계속가입자 옆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설명을 붙일 수는 없을까.

이 정도는 약과다. 뉴스에 등장하는 더 어려운 용어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다. 2018년 7월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일환으로 도입했다. 설명도 쉽지 않다. 풀어서 쓰면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주인(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자로서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상 기업 재무적,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해 중·장기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점검한다. 써놓고도 어렵다. 이걸 어떻게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는 있을까.

내 연금을 살펴보러 국민연금공단 누리집을 방문한 뒤 머리를 때리는 물음표가 많아졌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