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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말산업 누구 탓인가(하) 업계 "마사회 보신주의", 마사회노조 "김우남 회장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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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말산업 누구 탓인가(하) 업계 "마사회 보신주의", 마사회노조 "김우남 회장 탓"

마사회 일부직종 노조, 마사회 내 '기득권세력' 거론하며 정규직 노조 비판 "피해자 흉내 멈추고 말산업 살리기 앞장서라"
마사회 정규직 노조, 핵심보직 인사발령 직후 김우남 회장 폭언 공개...김 회장 해임 건의 발표 직후 온라인 발매 촉구 본격화
말산업계 "정규직 노조, 온라인 발매보다 기득권 유지가 우선"...정규직 노조 "기득권세력과 모의·유착 없다" 부인

한국마사회노동조합 관계자가 청와대 앞에서 온라인 발매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노동조합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노동조합 관계자가 청와대 앞에서 온라인 발매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노동조합
전국 19개 말산업 단체가 참여하는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는 지난 13일 세종시에서 400여 명이 말 30두를 이끌고 '온라인 발매 즉각 도입'과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오는 28일 또다시 세종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말산업계는 온라인 발매를 가로막고 경마종사자와 말생산농가 등 말산업계의 피해를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이 농식품부와 김현수 장관에게 있다는 주장이나, 농식품부는 오히려 온라인 발매 지연의 책임을 한국마사회에 돌리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발매는 마사회가 주도해야 하는데, 코로나 발생 이후 마사회가 온라인 발매 시스템 구축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며 "김우남 마사회장 폭언 사태 이후에는 온라인 발매를 협의하자는 연락도 없다. 농식품부가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애매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말산업 육성 책임부서이자 마사회를 지휘하는 상급기관이고, 온라인 발매는 마사회장과 별개로 말산업계 전체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농식품부의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말산업계의 주장이다.

동시에 그동안 농식품부와의 온라인 발매 협의나 김우남 마사회장 취임 이후의 진행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온라인 발매가 지연된데 마사회의 책임도 크다는 것 역시 말산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핵심보직 인사교체 직후 폭언 공개", 마사회 "고민하느라 시간 걸려"


말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 내에 특정 '기득권세력'이 존재하며, 이 특정 '기득권세력'이 주요 핵심보직을 독점하고 인사와 각종 사내복지 정책 등을 좌우하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 내에 퍼져 있다.

지난달 29일 마사회 내 일부 직종으로 구성된 한국마사회한우리노동조합과 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 노조지부, 경마유관단체 노조인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제주지부 등 총 4개 노조는 마사회 정규직 노조인 한국마사회노동조합(1노조)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그만하고 경마산업 살려내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4개 노조는 "1노조가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화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 경마중단 이후 1년 6개월을 허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4개 노조는 "1노조가 사측과 유착해 임원도 녹취하고 언론플레이나 한다"며 "김우남 회장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마사회 1노조 지도부가 소위 '기득권세력'과 유착해 온라인 발매라는 말산업계 전체의 현안보다 자신들의 이익챙기기를 우선시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녹취와 언론플레이를 동원해 김우남 회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1노조는 '기득권세력'과의 유착은 없다는 입장이다. 1노조 관계자는 "세간에 나도는 1노조와 기득권세력간의 모의·유착 등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우남 회장 폭언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드러난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말산업계에 따르면, 김우남 회장은 지난 3월 4일 취임했고, 이틀 후인 6일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다가 인사담당자가 반대의견을 제기하자 폭언을 가했다. 김 회장 폭언 녹취는 이때 이뤄졌다.

당시 마사회 인사규정 제8조에는 '신임 회장이 필요시 자신의 임기기간에 한해 비서와 운전기사 각 1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특별채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마사회 인사규정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개정할 수 있다.

'측근 채용 강요'와 '폭언'이 외부에 처음 공개된 시점은 사태 발생 1개월여 후인 4월 11일 1노조 노보를 통해서였고, 이틀 후인 13일 SBS 보도를 통해 녹취 내용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 폭언 사실이 1노조 노보를 통해 외부에 처음 공개되기 이틀 전인 4월 9일 김우남 회장은 4명의 주요 보직 인사발령을 냈다. 경영혁신실장·비서실장·홍보실장·홍보부장 자리였다.

김우남 회장은 폭언 이후 SBS 보도 전에 폭언 피해자에게 사과를 했고,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채용이 좌절된 이후 마사회 직원 중에서 추천과 개별 대면면담을 거쳐 이들 4명의 실·부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남 회장의 잘못이 '측근 채용 강요'와 '폭언'이라면, 이는 녹취 직후 공개됐어야 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녹취록 안에 이미 김 회장의 모든 과오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개월이 지나고 하필 주요 핵심보직 인사발령이 난 이틀 후에 비로소 노조와 언론에 폭언 사실과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기득권세력'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은 폭언을 당한 인사담당자 혹은 1노조가 '측근 채용 강요'나 '폭언'보다 '핵심보직 인사교체'를 더 심각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사·감사·비서·홍보·노조 등 핵심보직을 소위 '기득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데, 김우남 회장이 이 중 4개 핵심 실·부장 자리에 '기득권세력'이 아닌 직원들을 앉히자 기존 기득권세력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1노조 관계자는 "폭언 피해자가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공개 여부를 고민했을 것"이라며 "회사 내에 폭언 소문이 퍼지고 노조가 폭언 피해자들과 접촉해 논의하는데 1개월이 걸렸다. 노조와 폭언 피해자가 1개월간 무슨 모의를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1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해당 인사담당자들 외에도 많은 하급 직원들이 김우남 회장의 폭언들 들어 왔다"면서 "노조가 고위 간부직 피해자만 옹호하고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우남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거침없는 언사로 업계 내에서 유명했다. 동시에 말산업과 마사회 업무에 관한 전문성이 높고 온라인 발매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제17~19대 국회의원 시절 모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을 지낸 김우남 회장은 18대 국회에서 말산업육성법 제정안과 마사회를 말산업육성 전담기관으로 지정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19대 국회 후반기에는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았다.

동시에 김우남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마사회의 인적쇄신과 복지체계 개선 등을 주장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김우남 회장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사회 직원들이 사전에 녹취기기까지 준비하고 녹취록을 1개월간 가지고 있다가 핵심보직 인사발령 직후 공개한 타이밍이 너무나 공교롭다는게 업계의 시선인 셈이다.

◇업계 "마사회 내 '기득권세력', 온라인 발매보다 김우남 회장 축출 우선"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왼쪽 1번째)이 22일 열린 마사회 경영위기 극복 주요 현안 설명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왼쪽 1번째)이 22일 열린 마사회 경영위기 극복 주요 현안 설명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더욱이 1노조는 김우남 회장 축출을 우선시 하느라 업계 전체 현안인 온라인 발매를 후순위로 뒀다는게 말산업계의 지적이다.

마사회 1노조는 농식품부가 폭언 사태를 빚은 김우남 회장에 대해 해임 건의 결정을 내린 이후인 지난 7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온라인 발매 입법 촉구'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노조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김우남 회장의 거취에 대한 정부 조치의 방향이 결정된 만큼 노조의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어 7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1노조는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더불어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 일정에 맞춰 국회 앞 1인 시위도 병행했다.

1노조 역시 모든 말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발매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본격 행동에 나선 것은 이달 7일부터인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경마소비자단체, 마필관리사노조, 말생산농가 등이 온라인 발매 촉구 국회 앞 1인 시위와 집회를 벌여 온 것과 비교된다.

또한, 1노조는 지난 4월 말생산자협회,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조련사협회, 기수협회, 마필관리사협회, 축산관련단체 등 말산업계를 망라한 19개 단체가 참여해 결성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은 채 독자 행보를 취하고 있고, 지난 13일 축경비대위의 세종시 집회에 합류하지 않은 채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 중 눈에 띄는 점은 시위 장소와 시위 문구이다. 1노조가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벌인 1인 시위의 플랜카드와 시위문구에는 농식품부와 김현수 장관을 규탄하는 내용은 거의 없이 온라인 발매 입법화를 촉구하는 내용만 담겨있다. 세종시 농식품부 청사 앞에 집결해 농식품부 책임론과 김현수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축경비대위와 대비된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유일하게 온라인 발매를 가로막고 있는 곳이 농식품부와 김현수 장관임에도 1노조는 농식품부와 김현수 장관에 대해서는 극히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자신의 주무부처라고 해서 비판과 투쟁을 주저한다면 그것은 노조로서 말산업 전체 종사자는 물론 자신의 노조원에 대한 책무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사회 내 '기득권세력'의 존재를 주장하는 익명의 관계자는 "기득권세력으로서는 상급기관인 농식품부에 밉보이면 임원 승진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발매에 부정적인 농식품부의 눈치를 보느라 마사회가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시각이 업계 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노조 관계자는 "온라인 발매도 중요하지만 기본 자질이 안된 회장과 함께 할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김우남 회장 퇴진 운동을 우선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축경비대위와 1노조의 견해가 다소 달라 축경비대위의 세종시 집회에 합류하지 않았고 김현수 장관 퇴진을 요구사항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른 말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마사회 밖의 말산업계 종사자들은 마사회 내부의 다툼에 별 관심이 없다"며 "다만 말산업육성 전담기관이자 경마시행체인 마사회가 내부 다툼이나 농식품부 눈치를 보느라 업계 최대 현안인 온라인 발매를 지연시킨다면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