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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항로, 수에즈 운하와 같은 역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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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항로, 수에즈 운하와 같은 역할 가능성은?

항로 짧아 경제적…대형 상업화물선, 올해 북극해항로 개척 성공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만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만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만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를 경제적으로 이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본격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에게도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과연 새로운 수에즈 운하가 될 수 있을까?

북극해항로 개발이 거론되는 배경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만년 빙하의 사라짐은 물론 항로의 길이가 1만2700㎞로, 2만1000㎞인 극동유럽항로보다 짧아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하늘 길과 구별하여 북극해항로(北極海航路, Northern sea route),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라고도 한다. 라페루즈 해협과 베링 해협을 지나 북극해 중 러시아 인근을 지나는 항로를 말하며, 캐나다 인근 항로는 북서항로로 구별된다. 빙산과 유빙으로 인해 오랫동안 항로로 쓰이지 못하다가 20세기 증기선의 도입 이후 개척되었다.

◇현재는 러시아 에스코트 받아야 통행 가능


현재는 국제법상 공해이기는 하나 유빙과 빙산 때문에 러시아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통행이 가능하며 그 이용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이용하는 선박이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이용 시기도 길어지고 쇄빙선의 에스코트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어서 유망한 항로로 거론된다. 다만 국제해사기구가 이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100해리 이상 떨어져서 운항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오늘날 북극 항로는 북극 빙하질량이 기후 변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데다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를 막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요한 글로벌 무역을 위한 잠재적 대체 경로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극을 이용할 경우 지정학적‧환경적 면에서 악영향이 불생하고 인류가 관리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1년 2월, 대형 상업화물선이 한겨울에 처음으로 북극해항로(NSR)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유조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게리(Christophe de Margerie)는 베링 해협과 노르웨이를 연결하는 동북통로의 러시아 구역인 NSR을 따라 시베리아의 항구로 항해했다. 앞서 2018년 여름, 덴마크 해운선사 머스크는 처음으로 NSR을 통해 컨테이너 화물선을 보냈다. 러시아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현재의 경로에 비해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횡단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어 이 경로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또한 중국도 북극을 통해 '극지 실크로드'를 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해상 교통의 성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2020년에는 3297만 톤의 화물이 NSR을 따라 움직였으며, 이는 전년대비 150만 톤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8000만 톤, 2035년까지 1억3000만 톤으로 화물 운송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이 노선은 늦여름에 단기간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겨울에도 운항할 수 있는 항로가 곧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년 동안 캐나다 북극에서 선박 트래픽이 두 배 또는 세 배로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 증가 중이다.

기업과 정부는 적당한 얼음 두께를 돌파할 수 있는 선박을 사용해 올 시즌 사용을 위한 북극 경로를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욕망은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덩어리의 점진적 감소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2012년 얼음이 매년 가장 많이 축소되는 달인 9월에 북극 빙하의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7년보다 18% 낮았고, 1979~2000년의 거의 절반에 불과했다. 2020년 9월은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었다. 데이터는 얼음이 녹으면서 더 많은 태양 복사를 흡수해 북극이 지구의 나머지 부분의 두 배 속도로 온난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북극항로는 1년 중 한 달만 운항이 가능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용 가능한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북극항로는 1년 중 한 달만 운항이 가능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용 가능한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뉴시스


◇기득권층, 북극해항로 성장에 반대


그러나 북극해항로에 대한 성장 가능성은 전통적인 노선에 대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해항로는 단순히 상업 바다 차선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 북극은 지금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은 탄화수소와 광물의 엄청난 퇴적물을 감추고 있다. 추정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약 900억 배럴의 석유와 세계 천연가스의 5분의 1을 함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금속과 희토류가 많아 개발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북부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미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키고 국제적 갈등을 고조시키는 '북극 냉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9월 한 달만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 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수 있지만 만약 북극 빙하의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북극이 향후 10년 이내에 9월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기간 동안 항로로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과학자들은 현재 수에즈 운하 교통의 상당 부분이 북극을 통해 우회될 경우, 극지 지역에서 탄소 배출이 증가할 것이며, 이로 인해 해빙이 더 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운송 트래픽의 증가는 물고기와 포유류의 다양한 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과 6년 만에 10배 증가한 선박으로 인한 소음은 해조, 해양 포유류 및 토착 민생의 식량 공급 등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포유류 중에서 북극곰이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희생물이지만, 실제 바다 얼음의 존재나 부족으로 고래나 새우, 플랑크톤 등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요컨대, 경제적 활용성과 천연자원의 보존이라는 가치가 맞물리고 있다. 과학자들과 환경단체에서는 북극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제 규정과 한계를 긴급하게 확립하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북극해항로 개발이 자칫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더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