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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사상 처음으로 ‘日 혼다차’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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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사상 처음으로 ‘日 혼다차’ 제쳤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 현대차·기아 143만9497대로 혼다차 130만9222대 앞서

현대·기아자동차 및 혼다자동차 로고. 사진=로고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기아자동차 및 혼다자동차 로고. 사진=로고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과 관련해 가장 큰 이목을 끈 뉴스 가운데 하나는 신차 판매량 기준으로 일본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상징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소식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신차의 규모도 일본 2위 완성차 제조업체인 혼다자동차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연간 신차 판매량이 미국 시장에서 혼다자동차를 앞선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기아차 143만여대 > 혼다차 130만여대


CNN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승용차, 화물차, 미니밴 등 지난 한해 미국 시장에서 팔아치운 신차는 143만9497대로 집계된 반면, 혼다차의 판매량은 130만9222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가 혼다차보다 13만대 이상을 많이 팔아치운 셈이다.

CNN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미국 시장점유율도 5위를 기록했다면서 현대·기아차가 미국 신차 시장에서 혼다차를 앞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미국에서 연간 판매량이 70만대를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CNN은 전했다. 현대차의 판매량도 역대 최고를 기록해 전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80%포인트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NN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현대 제네시스와 혼다 아큐라의 신차 판매량까지 합산하면 양측의 판매량 격차는 2만2000대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CNN이 각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지난해 판매실적을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다.

CNN은 “두 기업을 한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이상해보일 수 있고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별도 법인을 두고, 공장도 따로 두고 영업도 따로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로 자매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상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와 혼다의 시소게임


CNN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혼다차를 따라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미국의 자동차 거래 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0년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혼다차에 거의 육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현대·기아차의 혼다차 추월은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그 훗날은 먼 미래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기아의 판매실적이 쾌조를 보이면서, 특히 지난해의 경우 각각 20% 안팎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혼다차를 마침내 추월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반면, 혼다차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8.2%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바네사 톤 선임 매니저는 CNN과 인터뷰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고전하는 현재의 상황은 반도체 수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이 경쟁에서 이길 수 밖에 구도”라며 현대차·기아가 반도체 수급 불안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톤 매니저는 아울러 SUV 붐을 등에 업고 출시된 3열 시트의 현대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현대차·기아가 크게 선전하는데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에드먼즈닷컴의 이반 드루어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가 승용차와 SUV만 만드는 곳으로 여겨졌던 현대차·기아의 이미지가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크게 달라진 상황”이라면서 “두 차종의 인기를 등에 업고 현대차·기아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별 지난해 2~3분기 신차 판매량 추산. 사진=에드먼즈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별 지난해 2~3분기 신차 판매량 추산. 사진=에드먼즈닷컴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