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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고용시장 새 풍속도...경력 덜 뽑고 신입 더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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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고용시장 새 풍속도...경력 덜 뽑고 신입 더 뽑는다

대학졸업장과 경력을 입사 지원 자격으로 요구하는 미국의 기업의 비중 추이. 사진=집리쿠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학졸업장과 경력을 입사 지원 자격으로 요구하는 미국의 기업의 비중 추이. 사진=집리쿠르터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촉발된 구인대란 속에서 대학 졸업장을 중시하던 미국 기업의 채용 문화에 변화가 불고 있다.

미국의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가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기업의 채용문화’ 보고서에서 대학 졸업을 필수로 요구하던 관행이 퇴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데 이어 온라인 취업 플랫폼 집리크루터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일자리 두 개가 생겨날 때 이 자리를 채울 구직자는 한명 꼴이 됐을 정도로 고용시장이 구직자들에게 유례 없이 유리해진 상황이 이같은 변화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고용시장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력이 많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전략에서 탈피해 일단 채용한 다음에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자 채용 줄이고 신입사원 많이 뽑는다


9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집리크루터는 이날 발표한 ‘2022년도 취업 실태’ 보고서에서 미 인구조사국의 최근 자료를 근거로 구직자 한사람이 평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새 일자리가 2곳에 달할 정도로 일자리와 구직자간 수급 불균형이 역대급으로 심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5년 이상 경력자를 선호했던 기업들이 지금은 구인대란의 여파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대졸 학력 이젠 필수 아니다"...美 기업들 ‘대졸 필수' 문화 급퇴조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2/05/2022052012470317169a1f309431_1>

전과는 다르게 실무 경험이 적거나 없더라도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 배우려는 의지가 충분히 강하다면 신입 직원도 반길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변했다는 얘기다.
시넴 부버 집리쿠르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 수급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해진 것이지만 취업자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직장을 골라 가는게 수월해진 것이 현재 미국 고용시장이 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집리쿠르터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대학 학사를 요구하는 기업은 2018년 14%가 넘었으나 이후 갈수록 줄어든 끝에 올들어서는 9%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을 중시하는 관행에도 변화가 불어 2018년 기준으로 5년 이상의 경력을 응시 자격으로 요구했던 기업이 전체의 7.6%에 달했다면 2022년 기준으로는 4.1%로 크게 떨어졌다.

◇안식년 휴가·채용 보너스 내거는 기업 눈에 띄게 증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미국 직장인의 혜택. 사진=집리쿠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미국 직장인의 혜택. 사진=집리쿠르터


집리쿠르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고용시장에서 일어난 또다른 중요한 변화는 기업들이 인재 확보 차원에서 입사 지원자들에게 약속하는 특별 보너스나 복지 혜택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사이닝 보너스(채용 보너스)’, 즉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직원에게 주는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하는 기업이 무엇보다 도드라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이닝 보너스를 받으면 몇 년 동안은 이직을 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고서는 “본래 채용 보너스는 미국 전체 근로자의 4% 정도만 받을 수 있었던, 즉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특혜였다”면서 “지금은 고용시장 경색의 여파로 사이닝 보너스를 주는 기업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집리쿠르터가 최근 6개월 사이 취업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2%가 취업하면서 채용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처음 취직한 사람의 경우에는 무려 33%가 사이닝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채용 보너스보다 더 눈에 띄게 기업들이 앞다퉈 제공하는 혜택이 있으니 그건 바로 안식년 휴가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리쿠르터가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나해 12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중에 채용 보너스를 지급한 기업은 778% 폭증했지만 안식년 휴가혜택을 제공한 기업은 783%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재택근무제가 580% 급증해 3위를 기록했고 출산 및 육아 관련 지원금이나 복지혜택이 339% 증가해 4위를 차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