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빅 팬츠'에 밀려 흔들리는 시장’

◇ 레깅스 인기 크게 줄고 ‘빅 팬츠’가 대세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레깅스는 한때 운동복뿐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요즘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1990년대 댄서들이 즐겨 입던 헐렁한 바지와 크롭탑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면서 레깅스를 입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의 요가 브랜드 ‘스카이팅(Sky Ting)’ 대표 크리시 존스는 “최근 내 수업에 오는 많은 사람이 작은 탑에 넉넉한 바지를 입고 있다”며 “레깅스는 더 이상 대중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젊은 세대, 특히 Z세대 사이에서 옷차림 변화는 단순한 유행 전환을 넘어 몸매를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는 새로운 미적 기준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몸에 꼭 맞는 레깅스의 ‘달라붙고 끈적거리는 느낌’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공하는 헐렁한 ‘빅 팬츠’가 선호되고 있다. 실제로 운동복 브랜드 FP 무브먼트(Free People의 활동복 브랜드)는 ‘손으로 지탱하며 연습할 수 있는’ 핸드스탠드 손쉬운 활동성을 고려한 헐렁한 바지를 주력 품목으로 크게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AI 기반 소매 분석 회사 ‘에디티드(Edited)’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6.9%였던 애슬레저 하의 가운데 레깅스 비율이 올해 38.7%로 8%포인트 떨어지는 등 3년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여러 브랜드는 이미 헐렁한 바지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점유 확대를 노리고 있다. ‘빅 팬츠’ 트렌드는 룰루레몬, 알로(Alo), 갭의 애슬레타(Athleta) 같은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니치 브랜드들도 앞다퉈 따라가는 모습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젊은 층 내에서 운동복을 꼭 몸매 과시용 패션이 아닌 ‘편안함과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시사한다. 뉴욕의 유명 운동 교실 ‘포워드 스페이스’(Forward Space) 운영자이자 강사인 레이첼 워렌은 “빅 팬츠는 춤과 댄스 문화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옷”이라며 “팝 그룹 TLC, 미시 엘리엇, 알리아야 같은 1990년대 아이콘들이 입은 스타일이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과 국내 시장 규모, 주요 업체 현황
시장조사 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레깅스 시장 규모는 약 773억 달러(약 107조4400억 원) 수준이다. 매년 5.8~7.5% 정도 성장해왔으나 최근 성장세는 둔화 조짐을 보인다. 주요 브랜드는 룰루레몬,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언더아머, 애슬레타, 스판엑스(Spanx) 등이 있다.
국내 시장은 올해 1조620억 원을 형성하며 작년보다 9.1% 커졌다.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이키가 1위, 룰루레몬 2위, 한국 브랜드인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젝시믹스와 안다르는 아시아 체형에 맞춘 ‘아시안 핏’과 합리적 가격으로 국내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국내외 업계 관계자는 “애슬레저 수요 전반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레깅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줄어드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 시장 변화가 기업 실적에도 영향
룰루레몬은 요가 바지 매출로 연매출 110억 달러(약 15조2900억 원)를 올리는 세계적 기업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5~7%로 지난해 10%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나이키도 최근 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10%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레깅스 인기가 줄고 헐렁한 빅 팬츠가 뜨는 것은 자연스러운 소비 심리와 시장 흐름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시장에서도 레깅스 대신 다양한 핏과 스타일의 바지가 인기를 얻으며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분위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