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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나이키 등 법인세 한 푼 안내던 55개 대기업, 15% 세금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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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나이키 등 법인세 한 푼 안내던 55개 대기업, 15% 세금 내나

12일 하원 통과 예정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최소 법인세 조항 담겨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이키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이키 매장.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가결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해 발효시키면 미국 초대형 대기업들이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게 된다. 연방 상원은 7일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추구해온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막대한 투자와 부자 증세, 최소 법인세율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찬성 51, 반대 50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기업에는 최소 15%의 법인세 최저 세율이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기업’ 노선을 내세워 2017년에 미국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그렇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각종 세액 공제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21%보다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 미국의 인프라 시설 개선 자금 조달 목적으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릴 것을 제안했으나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나이키를 비롯한 55개 미국 대기업은 연방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고 미국 시사 매체 타임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기업들이 감가상각, 해외 소득 감세,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제공, 세액 공제 최대화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연방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타임이 지적했다.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에 따르면 미국의 포춘 100대 기업 중에서 2021년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세금만 낸 기업이 19개에 달했다. 아마존, 엑손 모빌, AT&T,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포드 자동차, 제너럴 모터스(GM) 등은 실제로 6% 미만의 법인세를 냈다고 타임이 지적했다.

세제경제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며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대기업은 나이키, 부즈알렌해밀턴, 디시 네트워크, 페덱스(Fedex), 휴렛패커드(HP) 등 55개에 달했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연간 총수입이 10억 달러 (약 1조 3,000억 원)가 넘는 기업은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했다. 이 법안은 특히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 (약 5억 2,000만 원) 이하인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이 전혀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이 법안을 시행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법인세 불평등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 추진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에 찬성 쪽으로 돌아선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 웨스트 버지니아)은 “세상에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장 부유한 기업 55개가 이 위대한 나라와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이 법안 가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일자리가 줄어들며 직원 임금이 삭감되고,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제안했으나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79조 원), 처방 약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 국민건강보험에 640억 달러(약 83조 원)를 각각 투자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미국은 이 법안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2030년 전까지 40%를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은 앞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직원 건강 보험 혜택을 늘리는 기업 등에 모두 4,300억 달러가량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바이든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최소 법인세 15% 적용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140여 개 국가와 글로벌 최소 법인세 적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