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에 따르면 기업에는 최소 15%의 법인세 최저 세율이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기업’ 노선을 내세워 2017년에 미국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그렇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각종 세액 공제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21%보다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 미국의 인프라 시설 개선 자금 조달 목적으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릴 것을 제안했으나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에 따르면 미국의 포춘 100대 기업 중에서 2021년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세금만 낸 기업이 19개에 달했다. 아마존, 엑손 모빌, AT&T,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포드 자동차, 제너럴 모터스(GM) 등은 실제로 6% 미만의 법인세를 냈다고 타임이 지적했다.
세제경제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며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대기업은 나이키, 부즈알렌해밀턴, 디시 네트워크, 페덱스(Fedex), 휴렛패커드(HP) 등 55개에 달했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연간 총수입이 10억 달러 (약 1조 3,000억 원)가 넘는 기업은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도록 했다. 이 법안은 특히 연간 소득이 40만 달러 (약 5억 2,000만 원) 이하인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이 전혀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이 법안을 시행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법인세 불평등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 추진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에 찬성 쪽으로 돌아선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 웨스트 버지니아)은 “세상에 미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장 부유한 기업 55개가 이 위대한 나라와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이 법안 가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일자리가 줄어들며 직원 임금이 삭감되고,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바이든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글로벌 최소 법인세 15% 적용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140여 개 국가와 글로벌 최소 법인세 적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