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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푸틴, 동원령에 전쟁 장기화 가능성…미·서방, '최후 카드' 핵사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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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푸틴, 동원령에 전쟁 장기화 가능성…미·서방, '최후 카드' 핵사용 막아야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푸틴이 외교적 고립에 빠졌다. 상하이 협력기구(SCO) 회의에서 나타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태도는 푸틴을 곤란하게 했다.

시진핑과 모디는 그간 푸틴을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서방 제재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필요를 위한 측면도 있으나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는 이중적 태도로 푸틴을 간접적으로나마 도왔다.
하지만 SCO 회의에서 푸틴은 시진핑과 모디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모디는 한 걸음 더 나가 전쟁을 멈춰줄 것을 정면에서 요청했다. 중앙아시아 지도자들도 평소보다 푸틴에 대한 경의가 훨씬 적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베이징과 모스크바, 인도와 모스크바, 중앙아시아와 모스크바 사이에 인식의 격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푸틴에게 특유의 반대 의사를 언급한 배경은 이미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를 더욱 제약할 수 있는 서구 제재에서 탈피하려는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푸틴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비군 동원을 발표하고, 새로운 핵 위협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통제하는 영토에서 일련의 국민 투표를 약속했다.

푸틴은 자신이 핵심 국익으로 보는 것에 대한 전쟁에서 공개적으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을 결코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푸틴은 중국과 인도에서 전쟁을 멈추라는 언사에도 불구하고 전쟁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푸틴의 동원령은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는데 예비군을 왜 동원해야 하는가? 언론 통제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은 국내에서의 정치적 지위를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 이 조치는 자칫 러시아 인구의 상당 부분이 전쟁에 반대하도록 여론 흐름을 돌릴 수도 있다.
이미 일부 러시아 젊은이들은 동원령에 따르지 않기 위해 국경을 이탈하고, 비행기를 타려고 난리라고 한다.

하지만, 푸틴은 독재자다. 산전수전을 겪었고 철권 통치를 선호한다. 예비군 동원령은 그가 이 전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선언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는 의지다.

그는 전쟁 확대가 국내 권력 장악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제사회에서 푸틴을 더 고립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중요시하지 않을 것임을 보인 것이다.

그는 확전을 선택했고, 전쟁에서 기꺼이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푸틴의 동원령 이후 서방의 우려


사실 전쟁 흐름을 보면 러시아의 전투력은 서방이 돕는 우크라이나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계속 압박한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무장시켜 협상 테이블에서 더 나은 조건을 쟁취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더 진보된 무기를 포함하여 승리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우선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푸틴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워싱턴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확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전쟁 물자의 추가 지원은 키예프가 신속한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전쟁 연장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궁지에 몰린 푸틴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한다면 유럽 전 지역에서 핵 공포가 현실화된다. 삶 전체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침체로 진입하는 글로벌 경제는 참혹한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

미국이나 서방은 현재까지 전쟁의 흐름을 두고 서방의 도움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초기의 열세를 이겨내고 선전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제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지 않고 동원령을 재차 하달하고 전면전에 돌입하려는 의사를 보임에 따라 장기전으로 전쟁이 흘러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가 앞선 무기로 러시아군을 후퇴시키고 크림반도를 위협할 경우 러시아가 핵전쟁을 선택할 경우 전쟁의 양상이 달라진다.

따라서, 미국이나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하지만, 전쟁의 끝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쟁을 어디서 멈출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와 가능한 외교적 합의를 고민하고, 기꺼이 실행할 위험의 수위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이는 국제법상 합법적 목표이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핵 억지가 실패하고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의 수는 막아야 한다.

미국이나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의해 정복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그 관심이 러시아와의 핵전쟁 위험에 빠뜨리는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사실, 미국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한계를 미군이 참전하지 않는 수준까지로 선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핵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지만, 우크라이나 국익은 미국이나 프랑스 또는 영국의 국익과 같지 않다. 만약 핵 억지에 실패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전쟁의 양상은 복잡해진다.

푸틴이 첫 번째 핵무기를 사용한 후에도 즉각적인 핵 보복으로 가기까지는 일어나야 할 많은 단계가 있다.

워싱턴은 공격을 시작한 러시아군에 대한 재래식 군사 공격, 러시아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 우크라이나로 더 진보된 무기 지원, 폴란드 또는 루마니아 등에 대한 핵무기 배치가 뒤따를 것이다. 이는 갈등의 폭발을 초래한다.

푸틴도 핵전쟁을 두려워한다.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국과 서방은 푸틴과의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 전쟁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제한적 승리가 완전한 승리보다 더 현실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