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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개막②] 선대 회장의 교훈 ‘소통‧삼고초려’ 실천…CCO 맡아 '경청의 리더십'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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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개막②] 선대 회장의 교훈 ‘소통‧삼고초려’ 실천…CCO 맡아 '경청의 리더십' 배워

1991년 삼성 입사, 2001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
CCO 담당 내부 직원 외부 고객의 관계 개선에 역점
성공만큼 실패와 좌절도 많이 겪어…성장 밑거름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그래픽=글로벌이코노믹
지난 2007년 1월 7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라스베이거스 발리하이 클럽. 다음 날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기자단과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사장(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간담회가 시작되기 직전, 예상치 못했던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이면서 현장은 술렁거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상무가 깜짝 등장한 것이다. 그가 언론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10여 분 동안 간담회장에 머물며 기자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은 이 상무는 “인간적으로나 회사 안에서 커리어 개발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으니 많이 지켜봐 주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2007년 공식 석상 데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맨 위에 오르기까지는 31년의 세월이 걸렸다.

1968년생으로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1년 삼성전자 공채 32기로 입사해 총무 그룹 부장을 맡았다. 회사에 적을 두기는 했지만, 초기 10년 동안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학업에 매진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에 오른 그는 이때부터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상무로 승진한 뒤에는 일본 소니와 합작한 LCD(액정화면) 패널 제조업체 S-LCD 등기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을 경험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가 언론과 접촉을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CES 출장을 다녀온 직후 그는 삼성전자 전무로 승진하며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를 맡았다. CCO는 이 부회장을 설명하는 가장 이상적인 직함이다. 그가 상무보로 승진했을 때 부친인 이건희 선대 회장은 ‘경청’과 ‘삼고초려’라는 글귀를 전해 주었다고 한다. 자신과 궤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견 한 마디를 진지하게 듣고 잘못된 일은 개선하고, 잘된 일은 모두에게 알려 노하우를 공유하라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반드시 곁에 두도록 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이병철 창업 회장과 선대 회장이 가장 으뜸이라고 여긴 ‘인재 제일주의’를 잊지 말고 실천하라는 뜻이다.

CCO 맡으며 ‘경청의 리더십’ 배워


비록 1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CCO 이재용’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손정의 등 글로벌 기업 회장들을 만나 자신의 견문을 넓히고 삼성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선장’으로 맨 앞에서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모든 이들이 함께 나아가도록 독려하는 ‘참모’에 가깝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이 부회장을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라고 평가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각 계열사와 사업부를 담당하는 전문경영인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요인들을 찾아내 이를 조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각 영역에서는 전문경영인의 능력이 더 뛰어난 만큼 그들을 100% 신뢰하므로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이 부회장이 ‘이러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자기를 위한 의전을 싫어하는 이 부회장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긴다. 계열사를 방문할 때마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판을 들고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삼성 내에서는 평범한 장면이다.

2007년 1월 7일 밤(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발리하이 리조트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기자간담회에 처음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팀 상무가 취재진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07년 1월 7일 밤(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발리하이 리조트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기자간담회에 처음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팀 상무가 취재진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료화’ 조직문화 개선 해법 ‘융복합’


2010년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 뒤 2012년 부회장에 오르기 직전까지 일했다. CCO가 ‘소통’에 중점을 뒀다면 COO는 시스템의 원활한 흐름을 관장한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삼성이지만, 회사 역사가 길어지면서 관료화도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특히, 조직 부서들이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일컫는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는 선대 회장이 ‘신경영’을 주창하는 이유가 되었는데, 이 효과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CCO로 이를 목격한 이 부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전문경영인과 함께 악습을 파괴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융복합’이다.

최근 들어 삼성은 전자와 금융, 중공업 등 3개 부문 계열사들이 협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 나아가 전자와 금융, 금융과 중공업, 중공업과 전자, 또는 3개 사업 부문이 모두 참여하는 협업으로 진화해 나가도록 하는 게 이 부회장의 목표이며, 이렇게 해야만 ‘뉴 삼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사업의 빠른 결단력을 보여주면서 경영 능력도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2014년 방산과 화학 사업을 한화그룹에, 2015년에는 나머지 화학 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2016년에는 하만을 인수했다. 사업 매각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이고, 하만 인수는 자동차 전장 부문으로의 사업확대 차원이다. 이러한 경험이 하나씩 31년간 쌓여 ‘회장 이재용’이 만들어졌다.

두 번의 구속‧투옥 등 실패 극복


하지만 그의 경영수업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경영수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당시 일던 닷컴 붐에 편승해 기획한 ‘e삼성’ 사업을 시도했으나 발 빠른 경쟁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사업 전개와 함께 이후 인터넷 버블(거품경제)이 붕괴하는 등 악조건까지 몰리며 실패를 맛봤다.

2008년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태에 따라 이건희 선대 회장과 핵심 경영진이 퇴진한 가운데, 이재용 당시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도 자리에서 물러나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시장 개척 업무를 1년간 담당했다.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시련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권 승계 잡음 의혹 등에 휘말린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삼성 총수 가운데 두 번이나 구속되어 투옥되는 시련을 겪었다.

재기가 어려울 만큼 고통이 컸으나 그는 극복했다. 시련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추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도쿄전력 사장을 지낸 일본전력산업의 대부이자 재계의 거물인 마쓰나 야스자에몬은 기업인이 기업가로 완성되려면 △오랜 낭인 생활 △오랜 투병 생활 △오랜 투옥 생활을 경험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라면서 “성공뿐만 아니라 충분히 겪은 실패와 좌절의 아픔은 결국 삼성을 이끌어 가는 이 부회장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