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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서브컬처 패권전쟁…韓, 규제에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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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中, 서브컬처 패권전쟁…韓, 규제에 '발동동'

中 '원신' 앞세워 다방면 공세…日 '메타버스'로 맞대응
국내 업계, 선정성 문제로 '백안시'…"인식 개선 필요"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왼쪽)과 일본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왼쪽)과 일본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사진=각사
만화풍의 미소년·미소녀들이 핵심이 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서브컬처' 시장을 두고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도 게임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업계의 부정적 시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이용자의 목소리(Player's Voice)' 부문 상을 두고 올해 신작 '소닉 프론티어'를 내놓은 일본의 장수 IP '소닉'과 2020년 출시된 중국의 글로벌 히트작 '원신'이 맞붙었다. 네티즌 투표 결과만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만큼 양측은 인터넷 커뮤니티서 투표를 독려하며 '선거전'을 벌였다. 9일 시상식에서 발표된 수상작은 중국의 '원신'이었다.
'원신'은 현재 글로벌 서브컬처 팬덤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꾸준히 월매출 3위에 들었다. 일본은 물론 한국·대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출시 7년차 장수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유수의 게임들도 원신을 넘지 못했다.

중국 퍼블리셔사의 게임들은 일본 시장에서도 강력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 신작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은 4위에 오른 '승리의 여신: 니케'로 텐센트 산하 레벨 인피니트가 서비스 중이다. 앞서 언급한 '페이트 그랜드 오더'와 '우마무스메'는 각각 5위, 6위다. '원신'은 매출 8위로 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일본 유명 IP 기반 게임 개발을 중국 업체가 맡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 IP를 활용해 2020년 출시된 리듬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가 대표적인 예시다. 일본의 세가가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 바이트댄스 산하 게임사 뉴버스와 공동 개발했다. 또 '포켓몬스터' 기반 온라인 경쟁 게임 '포켓몬 유나이트'는 텐센트의 티미 스튜디오가 개발했다.

서브컬처 IP의 코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중국의 침공이 시작됐다. '원신' 개발사 호요버스는 지난 9월, 출시 2주년을 기념해 공식 TV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고 선언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귀멸의 칼날', '페이트 제로' 등 히트작을 제작한 일본의 유포테이블이 맡았다.

'블루 아카이브' 이미지. 사진=넥슨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 이미지. 사진=넥슨

중국과 일본이 서브컬처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승리의 여신: 니케'의 개발사는 한국의 시프트업이다. 또 넥슨 '블루 아카이브',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등도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서 꾸준히 매출 10위권에 오르며 장기 흥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서브컬처 콘텐츠는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 규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올 10월, 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루 아카이브'의 일부 콘텐츠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넥슨은 콘텐츠를 검열하는 대신 이용가를 19세로 올리고 별도의 '틴(10대) 버전'을 개발하겠다고 응답했다.

업계 내부의 서브컬처 게임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은 편이다. 일례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국내 대형 게임사 직원으로 표기된 한 네티즌이 '원신'을 두고 "매출 안 나올게 뻔히 보이는 게임 장르다", "원신 같은 게임 만들고 꼭 행복한 가정 꾸리길 바란다"며 조롱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 국내 게임사의 사업 담당자는 "서브컬처 장르를 두고 '야한 게임일 뿐'이라며 개발자, 기획자들조차 무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업계 내부의 인식조차 좀처럼 바뀌지 않는데 정부를 상대로 개선을 요구하고 이를 실제로 이뤄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서브컬처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북미·유럽 서구권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핵심 장르"라며 "해외 업체들, 특히 탄탄한 개발력까지 갖춘 중국 게임사들이 공격적으로 쏟아내는 서브컬처 작품들을 상대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가 최근 선보인 버추얼 유튜버용 모션 캡처 장비 '모코피' 이미지. 사진=소니이미지 확대보기
소니가 최근 선보인 버추얼 유튜버용 모션 캡처 장비 '모코피' 이미지. 사진=소니

한편, 일본은 서브컬처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미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민관 협력기구 '메타버스추진협의회'가 활동 중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올 10월 초 "정부의 비전 '디지털 전환'에 메타버스를 포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연례 IT전시회 '전자정보통신박람회(CEATEC)'에서도 메타버스가 화제가 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가상·증강현실(VR·AR) 기업 히키의 '브이켓(Vket)'이다. 도쿄·파리·리우데자네이루 등 세계 각국을 형상화한 플랫폼에 미소녀 아바타들이 뛰어노는 다인원 가상 공간을 선보였다.

일본 대표 빅테크 소니는 메타버스를 핵심 비전으로 내세우고 버추얼 유튜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반다이 남코는 올 초 대표 IP '건담'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한다 밝혔다. 앞서 언급한 세가나 '우마무스메' 개발사 사이게임즈는 자사 IP를 활용한 버추얼 유튜버를 운영 중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실제 인간이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 자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아바타를 내세워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50명 이상의 버추얼 유튜버들이 1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이중 일본 업체에 소속된 버추얼 유튜버는 30명을 넘긴다.

재팬 타임즈는 "일본 IT업계가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앞세워 메타버스 정복에 나섰다"며 "도라에몽, 헬로키티 등 캐릭터 IP와 오랜 기간 인기를 끈 게임·애니메이션들은 일본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의 토양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