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질임금 증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최상위 1%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90%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실질소득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확대됐다는 뜻이다.
◇ 최상위 0.1% 실질임금 18.5% 급증…하위 90%는 0.2% 감소
미 연방 사회보장국이 집계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실질임금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 1%에 속하는 고소득자의 실질임금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시작한 2020년과 비교해 9.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중에서도 0.1%에 해당하는 초고소득자의 실질임금은 18.5%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저소득자로 분류된 90%의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큰 대조를 보였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91~99%에 속하는 저소득자의 실질임금 역시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2020년과 비교해 평균 0.8%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극소수 고소득자의 실질임금만 올랐다는 뜻이다.
최상위 1%에 속하는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돈이 전체의 14.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차지한 비중이 지난 1979년 조사 당시에는 7.3%에 그쳤고 당시 69.8%를 차지했던 하위 90%의 비중은 지난해의 경우 58.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양극화가 오히려 큰 폭으로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 1979~2021년 최상위 1% 실질임금 증가율, 하위 90%의 7배 웃돌아
엘리즈 굴드 EPI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0여 년에 걸쳐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확대돼왔을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 대유행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두 계층 간 격차가 상호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욱 커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상위 1%의 실질임금 증가율이 하위 90%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하위 90% 저소득자의 실질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8.6%로 줄어든 것은 미국에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하위 90%에 속하는 근로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40년간 지속된 소득 양극화 추세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들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굴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고용시장 경색으로 역대급 구인대란이 벌어져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개선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