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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팬데믹 당시 '펫 붐', 고물가 사태에 '유기견·유기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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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팬데믹 당시 '펫 붐', 고물가 사태에 '유기견·유기묘 대란'

팬데믹 기간에 2300만 가구 펫 입양, 부양 부담으로 7400만 마리 홈리스 위기 맞아

미국에서 고물가 사태로 인해 유기견, 유기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퍼프래스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고물가 사태로 인해 유기견, 유기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퍼프래스트
미국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대거 유기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외로움을 달래려는 목적 등으로 반려동물을 적극적으로 입양했다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반려동물 부양 비용이 늘어나자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 보호소 등에 보내거나 길거리에 무단으로 유기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지난 2차 세계 대전 이후 베이비 붐이 있었듯이 이번 팬데믹 기간에는 ‘펫 붐’(pet boom)이 일어났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미국에서 2300만 가구가 새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이는 미국의 5가정 중 한 1가정이 이 기간에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기간에 반려견 메이저와 반려묘 윌로우를 새로 입양했다.
그러나 고금리, 고물가 시대를 맞아 생계 위기에 직면한 많은 저소득층이 반려동물 부양 비용이 없어 이들을 유기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미국 동물 보호 단체 APA (American Pets Alive)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약 74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홈리스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펫식품협회(AMMA)가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5%가 반려동물 부양 비용을 걱정하고 있고, 이들 중 절반가량이 파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반려동물 사회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유한 가정의 반려동물은 고가의 장난감, 음식, 돌봄 서비스 등을 즐기고 있는 반면에 저소득층 가정의 반려동물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ASPCA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려견을 키우는데 연간 500~1000달러(약 127만 원)의 비용이 든다. 반려묘 비용은 평균 650달러가량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조사에서 펫 비용으로 연간 999달러 미만을 지출하면서 빚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 사태 속에서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미국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내셔널 애퀴티 아틀라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조사에서 월세를 연체한 미국인이 520만 명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당시의 620만 명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월세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기가 쉽지 않다.

반려동물 유기 사태는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저소득층 지역에서 지난해에 유기견이 53%가 증가했다. 텍사스 엘패소에서는 지난해에 반려동물 소유자 4명 중 1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파양했다고 WP가 전했다. 이는 평상시 10명 중 1명 비율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반려동물을 더는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유기 동물 보호소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길거리에 이들을 무단으로 유기하고 있는 점이라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