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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무기 도입하는 폴란드 新정권"…K방산, 수출계획 변화 불러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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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무기 도입하는 폴란드 新정권"…K방산, 수출계획 변화 불러오나

폴란드 야권연합, 유럽산 무기 도입 적극 추진
변동된다면 2차 계약 영향받을 가능성 제기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
한국 무기를 대량 수입해 국방분야 대표 수출국으로 손꼽히는 폴란드의 정치 상황이 변화를 맞고 있다. 폴란드 야권연합은 지난달 총선을 통해 과반을 확보했다. 야권연합은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의 한국 무기 구입 자금 조달을 위한 특별 예산 편성을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행 중이던 한국 무기수출 계약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전문매체들은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가 아닌 유럽산 무기 구매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의 유럽산 무기 구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7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 기업 MBDA가 폴란드 방산기업 PGZ와 하청계약을 맺고 40㎞ 이상의 사거리에서 순항미사일과 전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상 대공 방어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영국으로부터 스텔스 항공기와 미사일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대공 모듈식 미사일인 CAMM-ER 미사일과 i론처(iLauncher) 100기 이상을 수입하게 됐다. 나레프(NAREW)로 알려진 대공 방어 시스템은 미국 통합 전투지휘 시스템과 폴란드 레이더도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폴란드가 유럽산 무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한국산 무기 구입을 취소하고 유럽산 무기 구입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은 폴란드 총선에서 새롭게 과반을 확보한 야권연합의 행보에 기반한다. 야권연합은 현 집권당인 PiS의 한국산 무기 구입을 위한 특별 예산 편성을 반대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폴란드는 지난 2015년 군용 에어버스 카라칼 헬리콥터 50대를 프랑스로부터 구매하는 가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듬해 정권교체 후 계약을 파기한 전례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총 124억 달러(약 16조20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의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K2 흑표전차 등 총 124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계약에서는 총 30조원에 육박하는 1차 계약(48문)보다 많은 총 600문의 K9 자주포와 1차 계약(180대)의 4배에 달하는 약 820대의 K2 전차 도입이 계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란드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게 된다면 2차 계약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현대로템과 PGZ가 현지생산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할 때의 모습. 사진=PGZ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현대로템과 PGZ가 현지생산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할 때의 모습. 사진=PGZ

하지만 한국산 무기 도입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국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로부터 안보를 위협받고 있는 폴란드는 변함없이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재무부가 밝힌 2024년 예산 초안에 따르면, 2024년 폴란드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인 270억 달러를 초과한다. 이 금액은 올해 폴란드의 국방비보다 무려 16.3% 늘어난 수치다. 군사 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폴란드의 내년 국방비가 GDP의 4.2%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넉넉한 예산으로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대신 M1 에이브람스나 레오파르트2 등의 도입을 타진해볼 수 있지만, 당장 국방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제품을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또 현지 공장을 통한 제품 공급은 폴란드로서도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의 무기 도입 정책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연구기관 폴리티카인사이트의 마렉 시비에르친스키는 "야권연합은 친유럽 정부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함으로써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어떤 이유로든 한국 전차 프로젝트가 축소된다면 PiS가 미국산 에이브람스를 더 구매하려는 계획과 달리 새 정부는 레오파르트 구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