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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저출산 극복 모범국’ 캐나다, 빨간불 켜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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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저출산 극복 모범국’ 캐나다, 빨간불 켜진 이유

과감한 이민정책을 추진해 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과감한 이민정책을 추진해 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로이터
캐나다 인구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만명이나 늘어난 3957만명으로 집계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저출산 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회자되서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 위기 속에서도 캐나다 인구가 줄기는커녕 상당한 폭으로 늘리는 이례적인 성과를 올린 것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이민과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흐름이 확인되면서 트뤼도표 이민 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 상반기 역이민자 증가


캐나다 인구가 지난 한 해 동안 2.7%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57년 3.3%의 증가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자 2차 세계대전발 베이비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란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일이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게 한 이유는 캐나다의 늘어난 인구 100만여명 가운데 이민자가 차지한 비중이 무려 95.9%나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역이민자의 증가, 캐나다에 새로 둥지를 텄던 외국인들이 다시 빠져나가는 현상이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통계 당국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인구 흐름을 조사한 결과 4만2000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캐나다 국적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캐나다에 새로 들어온 이민자는 26만3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입된 이민자에 비하면 역이민자의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최근 3년간 역이민자 추세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캐나다의 역이민자는 지난 2021년 8만5927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는 9만3818명으로 증가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는 4만2000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역이민자 규모는 1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민 확대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 캐나다시민권연구소(ICC)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상반기 동안 확인된 역이민자 규모는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 덕에 인구가 늘어났던 국면이 역이민의 증가로 반전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캐나다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트뤼도표 이민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가장 큰 역이민 이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고


로이터에 따르면 캐나다를 포기하고 돌아간 역이민자들이 캐나다를 등지기로 한 가장 큰 배경은 ‘생활고’다.

로이터는 “다수의 역이민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현재의 캐나다의 생계비, 특히 주거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역이민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 2019~2020년 거셌던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해 당국의 요주의 인물로 찍힌 결과 지난해 홍콩에서 캐나다로 난민 자격으로 이주해 현재 토론토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한 중국인 여성은 “현재 살고 있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474달러(약 62만원)인데 이는 내가 실제로 매달 버는 돈의 무려 3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홍콩에서 살 때는 월급의 3분의 1 정도는 저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저축은커녕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실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민 전문가들 사이에는 역이민자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경우 캐나다에 그동안 붙었던 ‘이민자의 천국’이란 타이틀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