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US스틸과 국가안보 무엇이 문제인가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리포터(Dealreporter)는 궁극적으로 CFIUS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지만 거래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US스틸과 일본제철 측은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미국의 안보와 국방부(Dept. of Defense, DOD)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이미 국방부와 협의 중이며, 미 국방부의 산업과 연관된 기반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무기 성능은 철강제조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
펜실베이니아주의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철강은 국가 안보와 철강 공동체의 경제 안보 모두에 관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다수의 미국 상원의원들도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미국 철강노조들도 합병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CFIUS의 심의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주장대로 US스틸을 인수하는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일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전쟁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철강 공장은 구가의 명령에 따라 소집된다. 그리고 구각가 원하는 작업에 몰입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철강은 전차와 비행기, 군함, 잠수함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유용성 때문에 국가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차와 군함을 비롯해서 여기에 설치되는 각종 대포와 같은 무기들이 모두 철강으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무기의 성능은 철강을 제조하는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물론 점차 철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정밀 무기의 부품 제조를 위해서는 고성능의 철강 제품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예를 든다면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U보트는 미국 상선을 격침시키는 ‘물속의 귀신’이었다. U보트는 미국에서 군수물자를 잔뜩 실고 유럽으로 향하는 상선들을 여지없이 격침 시켰다. 연합군은 U보트의 어뢰를 피하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 할 수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연합군은 U유보트가 파괴하는 화물선보다 더 많은 화물선을 만들기로 한다. 바로 쓰고 버릴 수 있는 전시 표준선 ‘리버티선’이다. 이 선박은 미국 헨리 카이저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리버티선’은 카이저의 4개 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6개 조선사에서 2,700여척이나 만들어졌다.
이 배는 1만920톤의 화물을 실고 시속 11노트로 1만7000해리를 갈 수 있었다. 건조 비용은 1척당 200만 달러였고, 평균 10일 만에 배를 만들어 냈다. 8시간 반 만에 한 척을 완성시킨 적도 있었다. 미국 언론들은 리버티 선박을 ‘과자처럼 찍어 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선소들이 대량의 선박건조를 소화하지 못했다면 승전고는 독일 몫이 될 뻔 했다.
전쟁 때 사용하고 남은 ‘리버티선박’은 선박업자들에게 불하되었다. 헨리 카이저가 미국의 철강 생산 능력과 조선기업들의 선박 건조능력을 알지 못했다면 꺼내기 어려웠던 일이다.
또 하나, 방탄 특수강은 전쟁이 발생 할 경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우주 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철강 재료는 그렇게 많지 않아 무게로는 10~20%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가격은 일반강의 10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국에 이같은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부재할 경우에는 우려되는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우주 항공 분야에서의 철강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철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철의 비중은 7.9인데 비해 알루미늄은 2.7 타이타늄은 4.5정도이다. 따라서 우주 항공 분야는 부수적인 무기의 장착이 필요할 때 수요가 발생한다.
특히 머레이징 강은 현존하는 합금강 중에서 가장 기계적으로 특성이 우수하여 특수 목적용 무기 제조에 많이 사용된다. 머레이징 강은 연성과 인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높은 강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첨단 무기의 상온 구조용 부품 제작에 가장 적합하다. 우주 로켓의 모터 엔진에도 머레이징 강을 사용한다.
그밖에 철강은 장갑 재료에 많이 쓰인다. 철강재가 장갑재료의 주축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낮은 가격과 용접의 우수성 때문이다. 방탄 구조 자체는 주로 철강재로 만든다. 중탄소 합금강으로 처리한 강재가 많이 쓰인다.
이처럼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철강공장의 기술적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적인 디팬딩을 감당하는 철강 기업의 역할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아마도 US스틸이 지니고 있는 디펜딩 관련 기술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지도 모른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우방 국가일지라고 국방에 관해서는 이런 의혹을 눈빛을 받기가 십상이다.
과연 일본제철은 어떤 카드를 제시 할 것인지 궁금하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