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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제철, US스틸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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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제철, US스틸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3) 일본제철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미국 내 철강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미국 내 철강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계획이라는 뉴스 속에는 아이러니가 수두룩하다. 미국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철강 기업 US스틸이 외국 회사로 하여금 미국 브랜드를 소유케 한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흡수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철강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측면이 엿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자사의 울타리에 추가함으로써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 철강 산업의 일부분을 자유진영으로 구분하여 세계 챔피언으로 등장하고 싶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말은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못 인수 반대를 외면하게 만드는 구실을 던져주기도 한다.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오랫동안 자국의 생산 우위를 이용해 철강의 국제 가격을 조작해 왔다고 주장해왔다. 이 주장을 내세운 곳은 미국의 대통령과 행정부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현재까지 구 경제권이자 미국의 친구이며 동맹국이어서 미국과 거의 같은 행보를 가져왔다.
이런 일본제철이 북미 지역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철강 생산기지를 인수하게 되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내에서 자동차 생산 활동을 하면서 필요로 하는 철강재를 손쉽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중국과 한판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US스틸의 생산을 계속 유지시켜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US스틸이 일본제철에 인수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J.D. 밴스 하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제철은 미국을 대표하는 US스틸의 유명한 연결고리를 공유하지 않으며, 미국의 재정적 이익은 일본과 관련이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서한 내용에는 이번 계약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US스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있다. 데이비드 맥콜 USW 대표는 "US스틸과 일본의 합의에 실망했다고 발표한 것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이는 US스틸을 너무 오랫동안 안내해 온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S스틸은 예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 회사의 생산량은 1953년에 정점을 찍었고, 그 당시 3,600만t의 강철을 생산했다. 이 규모는 현재 세계 철강 생산 순위로 볼 때 27위이며, 지금은 연산 능력이 1,450만t에 불과하다.

몸집 불리고 미국내 철강 수요 안정적으로 확보


미국내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뉴코는 2,100만t으로 16위에 랭크되어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철강 생산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년간 관세를 통해 미국 기업들을 떠받치려 했던 노력에 이은 것이다. 그 노력의 주요 초점은 중국의 경쟁으로부터 미국 철강업체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철강업체들은 분명히 행정부의 팬들이었다.

미국 자동ㅊ라 노조들은 당시 트럼프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리처드 트럼카 AFL-CIO 회장은 2018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노동자와 미국에서 생산하는 회사에 피해를 주는 약탈적 관행을 고치기 위한 좋은 조치"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쿼터로 대체하면서 완화했지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대체로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그 관세는 미국의 철강이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지는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국가 안보의 증진도 없었다. 그들이 한 일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가격을 인상하여 경제 전반에 걸쳐 다른 업체들을 해친 것이다. 미국의 여러 정부와 노조가 중국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외국 기업에 US스틸을 흡수시키는 것은 줄곧 원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사를 인수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일본 가와사키는 철강회사 암코(Armco)를 인수한 바 있다. 암코는 가와사키에 인수되면서 생존 교육을 받았다. 가와사키는 암코에게 기회를 주고 암코는 이 기회를 통해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었다.

하시모토 에이지(橋本president治) 일본제철 사장은 22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경제 안보에 대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철강재는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사용처 인근 공장에서 생산하면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경쟁력도 강화한다.

일본제철은 일본 내 철강시장 위축에 대응해 2019년 인도 철강사, 2022년 태국 철강사를 사들이는 등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왔다. 미국이 자국의 수요를 자국의 공장으로 모두 충당할 수는 없다. 미국의 철강재 자체공급 비율은 70%이며, 나머지 3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은 물론 장기적인 인구증가로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유망시장이다.

한편 일본제철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에 취약한 국가인 데다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웠다. 하시모토 사장은 "미국 사업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2년 정도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뒤에 일본제철의 기술력으로 미국 내 제강공장에서 생산되는 소재를 활용해 미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철강재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용광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이 반응하면 철강 생산에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탈탄소화 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5%까지 줄일 수 있는 전기로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강철 재료를 수소로 제조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일본제철ㅊ은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US스틸은 전기자동차 모터용 전기로에서 자성강판을 생산하는 기술과 효율적인 대규모 전기로용 강판 생산 기술 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일본제철은 수소를 이용한 제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기술을 모으는 것이 탈탄소를 향한 진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일본제첯ㄹ은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몸집을 불려 중국과의 한판 경쟁을 하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내의 전기강판과 같은 고부가 철강 제품의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을 인수한 이후 친환경 설비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짐작된다. 몸집 불리기와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과연 일본제철의 손 안에 들어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