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포스코는 왜 인수전에 뛰어 들지 않았는가?

단순 조강 생산량 순위는 세계 7위이지만 지속생산 가능성, 기술력 등 종합적인 경쟁력에서는 포스코가 단연 세게 최고이다. 올해도 세계철강협회는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글로벌 철강사를 대상으로 매년 23개 항목을 평가하는 경쟁력 순위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포스코는 왜 US스틸의 인수전에 뛰어 들지 않았는가?
일부 철강 전문가들은 일본제철의 전략이 어떻든 간에 포스코에게는 US스틸을 인수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실제로 포스코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디지털시대 전환 등 구조적 변화에 맞춰 친환경 고부가가치에 기반한 미래제품 중심으로 철강 경쟁력 강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현재 글로벌 고로메이커들은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서라도 친환경 설비로 전환해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다. US스틸도 마찬가지이다. 빅 리버스틸과 같은 전기아크로 제강 설비가 있기는 하지만 US스틸 전체로 보아서는 비중이 낮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 집약적인 코크스 원료의 고로를 친환경 설비로 교체하는 과제가 늘 따라 다닌다는 것이 철강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미국의 정치가들이 US스틸 인수 업체로 일본제철이 결정되는 것을 적극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존심이다. 진주만 폭격 때 일본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일을 기억하는 미국인들이라면 미국 산업사회를 일으킨 주역이었던 미국의 아이콘 US스틸을 일본제철의 품에 안겨 준다는 사실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사실 일본제철의 전신은 야와타제철소이다. 맥아더 원수가 일본 천황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면서 가장 먼저 제철소 해체를 명령했고, 당시 야와타제철소는 후지 제철소 등 4개의 제철소로 분리되었는데 그 야와타 제철소가 근 5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일본제철이 된 것이다.
US스틸의 제3자 인수전을 관전하고 있는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부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최종 인수한다면 한국으로선 철강을 매개로 미국과 일본이 산업 동맹을 강화할 수 있어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리고 전기차, 풍력발전, 전력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일이 핵심 공급망 정비를 주도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철강 산업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등에 업고 미국 자동차용 강판시장을 선점하게 된다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품목별 기술 경쟁과 가격 경쟁을 하는 일이어서 일본제철이 모든 부문에서 포스코를 앞섰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이미 많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할 경우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어려움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의 철강 수요시장이 대형 건축물과 인프라 등에 대량 사용되는 철강재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통조림 식품과 같은 판재류 위주의 철강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이 상황들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과잉된 상태에서 발생 한 일이어서 머리 아픈 국내 철강업계에 이래저래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만은 틀림없다.
전 포스코 임원 출신의 말에 의하면 포스코는 M&A보다는 내부 기술의 정립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포스코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그린필드 방식의 투자가 진행 중이어서 북미 지역의 투자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포스코는 현재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세계 철강 전문정보기관들은 동남아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향후 세계 철강 산업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포스코의 전략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포스코는 친환경 설비의 전환에 있어서도 자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실증플랜트 건설에 집중하고 저탄소 원료인 HBI 사용을 확대하는 등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2026년부터 본격 가동 예정인 전기로에서 저탄소 고급강 생산체제 구축에 진력하고 있다.
포스코의 친환경 정책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저탄소 제품 1000만t의 공급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뉴모빌리티, 그린에너지, 스마트인프라 등 미래 수요산업의 변화를 고려해 저탄소 제품 등 미래형 제품의 판매 체제를 1,400만t 규모로 만들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인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상공정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 조강 생산능력은 지난해 500만t에서 2030년에는 두 배 이상 늘리는 양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중심으로 자동차강판 일관 밀을 구축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포스코마하라슈트라 냉연 공장과도 연계해 인도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글로벌 조강 생산능력 5,200만톤 체제를 구축하고 합산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의 장기 성장전략은 조강 생산능력에서 '글로벌 톱5', 수익성에서 '글로벌 1등' 철강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 전직 임원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앞세운 전기차 부문을 집중 공략할 태세이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강판, 기가스틸 등 고강도 강판을 만들 수 있는 철강사는 많지 않아 일본제철은 포스코와의 경쟁을 피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포스코의 라이벌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일부 철강인들은 “한 판 승부를 벌였다면 이기든 지든 속이라도 시원하겠다”는 말이 들린다. 이 말은 포스코의 조심스런 행보를 나무라는 소리같다.
김종대 글로벌이코노믹 철강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