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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美오피스 빌딩은 시한폭탄?…반값↓ 매도 기회 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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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美오피스 빌딩은 시한폭탄?…반값↓ 매도 기회 일수도

미국 워싱턴의 한 주택 밖에 부동산 거래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의 한 주택 밖에 부동산 거래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낮은 수요가 미국 실물 경제의 건전성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연방 규제 당국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부문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약 9290억 달러 상당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에 지역 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연일 두 자릿수대로 폭락하자, 다시 상업용 부동산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같은 지역 은행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 감소와 높은 금리로, 특히 임차인과 소규모 은행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텅 빈 사무실 건물이 미국 경제에 똑딱거리는 금융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섹터 별 대출 및 시장 현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2023년 12월 기준 약 3.6조 달러로, 이는 2020년 12월 대비 1.8% 증가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실제 채무 상환이 어려운 비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30일 이상 연체 비율은 1.2%로, 이는 2020년 3분기 0.7% 대비 크게 증가했다.

실제, 일부 빌딩 소유자들은 부채를 갚지 않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올해와 내년에 약 1조 5000억 달러 만기가 돌아온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어 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재융자도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최악의 경우 만기 채무 불이행 사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소규모 은행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연쇄적으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수 감소나 대출 상환 부실 외 신용위기, 투자자와 예금자의 불안감, 신규 사업 개발의 어려움 등도 일어날 수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자 불거졌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애톰(Attom)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 지역에서 올해 1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압류된 상업용 부동산이 72%를 기록해 최고치를 보였다.
상업용 부동산은 미국 전역에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샌프란시스코는 사무실 건물의 약 33.35%가 비어 있어 도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도시의 자연 공실률은 평소 10~15% 정도로, 코로나 이후에 두 배나 공실이 늘어난 후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곤란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상업용 부동산 대출 축소 입장을 계속 되풀이했다.

한편, 최근 중국이 보유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매각도 부담이다. 중국은 2019년 초부터 최근까지 236억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와 미중 갈등의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는 압박이 있다.

한편,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의 하락을 기회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 블라우트는 5년 전 가치보다 70% 할인된 가격에 18층 건물을 구매했다. 이 업체는 사무실 공간의 수요가 조만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 것이다.

블라우트는 금융위기 직후에 사업을 시작했으며, 당시의 매수가 역사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믿고 있다. 70% 할인된 가격은 위기가 아니면 결코 살 수 없는 놀라운 가격이라고 보았다.

미국 전역에 일정 규모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섹터 별 대출 및 시장 현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약 500만 개로 추정되며, 이들 자산 규모는 코로나 이전 대비 약 10% 하락했다. 다시 말해, 평균 10% 하락한 데 비해 70% 할인 가격 정도면 너무나 좋은 가격이라는 것이 블라우트의 계산이다.

실제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 정책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저렴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어 가격이 상승했다. 2012년부터 연속 상승해 2018년에는 2006년 고점을 넘어섰다.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미국 최고 도시 중 하나로, AI 기술의 중심지이며, 이 지역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무직이 많다. 그래서 힘든 시기가 지나면 큰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우트는 새로 사들인 건물의 창문 세척 장비에 백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임차인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출근할 이유를 제공하려고 한다. 전망이 좋은 옥상 공용 공간도 제공할 방침이다.

블라우트와 같은 계산을 하고, 이와 유사한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 해결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재택근무에서 사무실로의 이동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는 대출자 부담을 줄여주고, 유동성을 공급해준다. 사무실로의 이동은 사무 공간 수요를 증가시키고, 임대료를 상승하는 요인이 된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고, 대출자들이 채무를 갚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침체기로 본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사이클 회복이 관건이라며, 사이클이 침체기, 회복기, 상승기, 급등기의 4단계로 통상 돌아가므로 현재의 침체기 바닥이 서서히 끝나가고, 회복기로 넘어가는 초입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