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상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한은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잡히지 않는 물가 탓에 사실상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2022년 4월과 5월, 7월(빅스텝), 8월, 10월(빅스텝), 11월에 이어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2월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같은 해 3월·5월·7월·8월·10월·11월, 올해 1월·2월·4월과 이달까지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실상 지난해 초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1년4개월째 묶어둔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향후 물가 상승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중 3.2%로 높아졌다.
한은도 물가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과 동일한 2.6%로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물가상승률도 2.1%로 기존 전망(2.1%)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는데 이에 따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조기 금리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들어 3월까지 물가상승률이 3%대를 보였는데 4월 2.9%가 됐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이 되려면 하반기 2% 초반대로 떨어져야 하는데 한은 전망치인 2.6%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