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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니 그룹의 좌절, 인도 소프트파워 외교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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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니 그룹의 좌절, 인도 소프트파워 외교에 드리운 그림자

미국 뇌물 혐의 기소 이후 해외 프로젝트 차질..."중국 견제" 전략 타격
케냐·스리랑카 등 중하위 소득 국가들 30억 달러 규모 투자 제안 무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인도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가 2023년 1월 아다니 그룹이 이스라엘 하이파 항구 매입을 완료한 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인도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가 2023년 1월 아다니 그룹이 이스라엘 하이파 항구 매입을 완료한 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도 대기업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이 최근 해외 확장 과정에서 연이은 좌절을 겪으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의 소프트파워 외교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지정학적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케냐와 스리랑카 같은 중하위소득 국가들은 미국이 억만장자이자 그룹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와 다른 그룹 임원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지난해 11월 이후,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아다니 그룹의 투자 제안을 무시해왔다. 이 그룹은 또한 방글라데시 정부와는 전력 공급 계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다니 그룹의 사업적 관심사는 모디 총리가 인도를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격상시키려는 비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 그룹은 지난 10년간 인도의 인프라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인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중요한 지역에 전략적 거점을 확보해왔다.

터프츠 대학교 플레처 스쿨의 바스카 차크라보르티 글로벌 비즈니스 학장은 "아다니 그룹은 중요한 인프라 및 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몇 안 되는 인도 기업 중 하나"라며 "인도의 외교 전략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 경영진은 인도의 정치 리더십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다니 그룹은 인도의 주요 방위 수출국인 이스라엘에서 하이파 항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미 상당한 투자를 단행한 스리랑카에도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또한, 탄자니아에서는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 등 인도 정부의 아프리카 대륙 영향력 확대 전략과 발맞추어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14일, 아다니 그룹은 약 4억4000만 달러 규모의 스리랑카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새로 선출된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이 전력 부문 거래를 재검토하고 계약을 재협상하겠다는 선거 공약에 따라 관세를 검토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스리랑카와의 거래는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2022년 6월, 국영 전력회사 실론 전기위원회(CEB)의 M.M.C. 페르디난도 회장은 의회 공기업위원회에서 스리랑카 정부가 아다니 그룹에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입찰을 승인하라는 인도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증언했으며, 당시 외무부 장관 알리 사브리는 이를 "정부 대 정부 협정"이라고 표현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최근 아다니의 높은 관세를 비판하며 "(단위당) 0.08달러에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콜롬보 소재 정책 싱크탱크 아드보카타 연구소의 무르타자 자피르지 회장은 "아다니의 철수 결정은 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경쟁 입찰을 통해 스리랑카 소비자들은 친환경 에너지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남아시아 연구소 소장은 "아다니가 스리랑카와 케냐에서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이 두 나라가 인도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과 인도가 영향력을 심화하고 중국과 경쟁하고자 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아다니 그룹의 해외 확장 차질은 그룹의 국제적 야망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의 니르말랴 쿠마르 마케팅 교수는 "케냐,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에서 아다니의 국제적 확장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 유럽과 미국에서 기회를 추구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그의 세계적인 야망은 확실히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부패방지법(FCPA)의 시행을 중단하면서 아다니에게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애저 파워의 임원이 아다니 그룹 임원들과 함께 인도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 법을 적용했으며, 아다니와 그의 조카 사가르는 증권법 및 거래법에 따라 기소되었다.

기소 직후 아다니 그룹은 약 6억 달러 규모의 채권 매각을 취소했고,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에너지스는 혐의의 결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아다니 그룹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다니 그룹이 서구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다니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직후 자신의 그룹이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쿠겔만 소장은 "만약 해외부패방지법 시행 중단이 아다니에게 법적 구제를 제공한다면, 그의 활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아다니 그룹은 인프라와 청정 에너지와 같이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 자본을 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다니 그룹의 해외 확장 좌절이 단기적으로는 인도의 소프트파워 외교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미국의 정책 변화와 아다니 그룹의 대응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