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에너지·농산물·항공기 구매를 포함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주까지 예고했던 인도네시아에 대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 결과물이다.
16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에너지 150억 달러(약 20조8200억원), 농산물 45억 달러(약 6조2400억원), 보잉 항공기 50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 항공기 중 다수는 B777 기종”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도네시아는 19%를 내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완전한 접근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협정이 몇 개 더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후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뒤 최종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정 이행 시점이나 구매 기간 등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과 관련해 “고율 관세 회피를 위한 우회 수입품에 대해서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들어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등 20여개국에 8월부터 적용할 고율 관세 수준을 담은 서한을 일괄 발송해왔다. 이는 지난 4월 전 세계 교역국에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원래 지난 9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 끝에 다음달 1일로 미뤄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협정 외에도 영국, 베트남, 중국과 일부 무역 합의를 발표한 바 있으며, 인도와의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지난해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총액은 400억 달러(약 55조5200억원)로, 미국 전체 무역국 중 15위권 밖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수입이 4.8% 증가하며 180억 달러(약 24조9800억원)의 상품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외교부 전 차관 디노 파티 잘랄은 같은 날 포린폴리시 주최 행사에서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에 만족한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