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미 재무장관과 회담 예정... 국가 주도 성장·수출 전략 지지자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최근 몇 주간 서로 수입품에 100% 이상 관세를 매기며 무역갈등이 심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잠재적 무역 협상을 두고 직접 전화하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실질적인 갈등 완화는 중국 경제·무역 업무를 총괄하는 허 부총리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지난 1년간 허 부총리를 만난 13명의 외국인 투자자와 외교관을 인터뷰했다. 이들에 따르면 70세의 허 부총리는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완고한 공산당원으로서 준비된 발언 외에는 소통이 어려웠으나, 점차 자신감을 얻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 시진핑 측근에서 대외 소통창구로 성장
허 부총리는 부총리가 되기 전 중국의 핵심 거시경제계획국장으로 일하며 산업 정책 수립을 맡았다. 그는 외국인들과 만날 때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일관되게 옹호했다. 미국의 한 사업가는 로이터에 '허 부총리는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보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정책을 선호하며, 시 주석이 1조 달러(약 1398조 원) 무역 흑자를 달성하도록 돕는 핵심 측근'이라고 평가했다.
애틀랜틱 카운슬 글로벌 차이나 허브 선임연구원 웬티 성은 "허 부총리는 중국의 무역 흑자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중국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인 무역 흑자를 그가 포기하거나 줄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허 부총리는 지난날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불만을 반복해서 물리쳤으며, 최근에는 일본과 유럽연합(EU) 같은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스위스 방문 후에는 고위급 경제 대화를 위해 프랑스를 찾을 예정이다.
그의 전임자인 류허(劉鶴)는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무역 협정을 협상했다. 반면, 허 부총리는 샤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나 국내에 집중된 배경 때문에 세계 무대 역할을 맡는 데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중국 전문가 알프레드 우는 허 부총리에 대해 "전형적인 지방 관료이자 시진핑의 전형적인 추종자"라고 평가하며 "그의 최우선 순위는 시 주석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이는 그를 더 종속적인 자리에 놓게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 관리는 "올해 그를 만났을 때 부총리가 관세와 부동산 위기 외에도 디플레이션 압력과 인구 고령화를 포함한 중국의 경제 문제를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문제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허 부총리는 시 주석의 고향인 푸젠성에서 지방 관료로 승진했으며, 시 주석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지역 관료로서 권력 기반을 다지던 때에 그의 신임받는 부관이 됐다. 2009년에는 산업 항구 도시 톈진으로 가서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과 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들한테서는 과도한 빚을 안겨준 "파괴자 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