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은퇴는 손해’, 65세 은퇴했다면 지금 재산 10분의 1도 못 벌었을 것
"30년간 176조 원 추가 축적, '탭댄스 추며 출근' 일 사랑 여전"
"30년간 176조 원 추가 축적, '탭댄스 추며 출근' 일 사랑 여전"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버핏의 사례는 은퇴 나이를 넘어선 뒤에도 일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65세 이후 재산의 95% 만든 '복리의 마술사'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워런 버핏이 65세가 된 1995년 8월 당시 그의 버크셔 주식 가치는 약 120억 달러(약 16조5000억 원)였다. 당시 그는 현재 클래스A 주식으로 바꿔 계산하면 47만5000주를 갖고 있었으며, 주가는 주당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 정도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버핏이 갖고 있는 버크셔 주식 19만8117주의 가치는 약 1400억 달러(약 192조7900억 원)에 이른다. 주가가 주당 70만6000달러(약 9억7000만 원)까지 오르면서 그의 총재산에서 버크셔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99% 이상으로 늘었다. 이는 그의 재산이 65세 이후 10배 이상 불었다는 뜻이다.
특히 버핏이 2006년부터 시작한 자선 기부까지 생각하면 그가 만든 부의 크기는 더욱 놀랍다. 지금까지 그는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5개 자선단체에 600억 달러(약 82조6000만 원)어치의 버크셔 주식을 기부했다. 배런스는 "만약 버핏이 주식을 기부하지 않았다면 그의 총재산은 3000억 달러(약 413조 원)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어림했다.
버핏은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탭댄스를 추며 출근한다"고 말하며, 돈을 내고도 이 일을 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또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 같은 창업자들처럼 행동하며, 버크셔에 대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 일에서 "항상 시계가 돌아간다"고 여길 정도로 애착을 보인다.
버핏의 이런 성과는 1995년 당시와 지금 버크셔 해서웨이의 사업 크기 차이에서도 알 수 있다. 1995년 버크셔는 큰 주식 포트폴리오에 작은 운영회사들이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주요 보유 종목은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었다.
지금 버크셔는 시가총액 1조 달러(총 1377조 원), 연간 세후 영업이익 450억 달러(약 61조9000억 원)를 기록하는 세계 최대 복합기업으로 자랐다. 1995년 이후 버핏은 벌링턴 노던 산타페 철도회사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등 핵심 사업체들을 사들이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만약 버핏이 65세에 그만뒀다면 버크셔는 지금처럼 크고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올해 말 최고경영자 그만둬, 뒤이을 체제 마련
올해 95세가 되는 버핏은 지난 5월 3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올해 말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밝혔다. 그는 회장 자리는 그대로 두면서 그렉 아벨 현 부회장이 2026년 초부터 최고경영자를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아벨은 버크셔의 보험이 아닌 부문을 맡아왔으며, 이미 회사 운영의 실제 책임을 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핏은 둘째 아들인 하위 버핏을 비상임 회장으로 세워 회사 문화 이어받기를 맡길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95세까지 이런 크기의 기업을 이끈 경우가 처음이라고 본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투자전략가는 "하위 버핏이 맡을 일이 문화 지키기에 맞춰진 점이 눈에 띈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는 것을 매끄럽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핏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자선사업에 쓸 생각이다. 그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죽은 뒤 10년 정도에 걸쳐 재산의 99%를 기부하도록 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자선 기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버핏은 지금까지 수백만 주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도 크게 늘렸다. 그의 사례는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