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비밀 매집, 180조 원 현금 보유 속 '가치주' 전환 신호탄
방산·철도주 후보군 압축…'넓은 경제적 해자' 가진 기업이 조건
방산·철도주 후보군 압축…'넓은 경제적 해자' 가진 기업이 조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분기 연속으로 규제 당국의 특별 기밀유지 승인을 받아 특정 종목을 꾸준히 매집해왔다. 버크셔의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상업, 산업과 기타' 주식 항목의 취득 원가가 1분기에 이어 약 28억 달러(약 3조8740억 원) 더 늘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버크셔가 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지분을 크게 늘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밀유지 조치는 버크셔가 주가 변동성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지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버크셔가 애플 지분 일부를 줄이고 약 1470억 달러(약 203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채 신중한 투자 기회를 찾고 있어, 이번 비밀 매입 종목이 버핏의 새로운 투자 방향을 가늠할 단서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 203조 실탄 장전…버핏의 선택 기준은?
시장은 버핏의 오랜 투자 철학에 따라 추측한다. 버핏은 성공한 투자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기업의 경쟁우위 지속성', 즉 '경제적 해자(moat)'를 꼽아왔다. 이에 CNBC는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의 데이터를 활용해 버핏의 유력 투자처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버핏의 우량주와 가치주 선호 성향을 반영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20년 이상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넓은 해자'를 가진 기업 ▲산업 부문에 속한 기업 ▲시가총액 최소 10억 달러 이상 ▲S&P 500 지수보다 낮은 20 이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 ▲미국 증시 상장 종목 등이 핵심 조건이다.
◇ 유력 후보는 방산주…철도주는 '글쎄'
이 같은 기준을 만족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꼽힌다. 글렌뷰 트러스트 컴퍼니의 빌 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이자 오랜 버크셔 주주 역시 "록히드 마틴이 유력하다"고 추측했다. 록히드 마틴의 주가가 최근 약 10% 하락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방산과 항공우주 기업인 헌팅턴 잉골스 인더스트리즈와 철도주인 캐나디안 내셔널 레일웨이, 캐나디안 퍼시픽 캔자스시티, 유니언 퍼시픽 등도 후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버크셔가 대형 철도회사 BNSF를 이미 소유하고 있어 경쟁 철도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설령 철도 회사에 투자하더라도 특정 1~2개 기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13F 보고서 공개는 산업과 방위산업 관련주로 좁혀지는 버핏의 투자 방향과 포트폴리오 전략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