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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KT 사태, 보여주기식 고소보다 피해자들의 실질 피해 회복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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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SKT 사태, 보여주기식 고소보다 피해자들의 실질 피해 회복에 집중해야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이미지 확대보기
추원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
최근 SK텔레콤(SKT)의 유심 해킹 사건은 개인정보보호 체계의 근본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적 해결과 피해자 구제가 시급한 시점에서 일부 법률사무소들이 앞다퉈 형사 고소를 제기하고 이를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하는 행태는 피해자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자칫 피해자의 불행을 이용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물론 형사 고소를 민사소송의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률 실무상 흔히 채택되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회사의 임직원이 고의적으로 그 임무에 위반해 회사 등에 손해를 가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한 중대한 범죄로서, 단순한 피해 발생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SK텔레콤 사건의 본질은 회사 역시 해커의 피해자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은 해커와의 공모를 암묵적으로 주장하는 셈이니 법리적으로나 사실관계상 그 성립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성립 가능성이 낮은 범죄 혐의로 형사 고소를 남발하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행태는 결국 피해자 구제보다는 로펌의 인지도 제고나 광고 효과를 노린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나아가 이는 피해 구제를 위해 쓰여야 하는 해당 기업의 제한된 자원과 해커 검거를 위한 수사력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질러보는 식의 무분별한 선행적 형사 고소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언론 플레이는 사건의 본질적 해결과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노력, 수사기관의 자원 집중에 혼란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피해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이번 사건 때문에 약 2310만 명의 SK텔레콤 가입자와 187만 명의 알뜰폰 이용자가 불안과 불편을 겪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형사 고소를 통한 기업과 수사기관의 자원 소모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이고, 그것이 우리 법조인들이 응당 지향해야 할 자세다.

법률 전문가는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피해자와 기업 간 합리적 보상 협상을 촉진해 피해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범법 행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면 그때 형사 고소를 검토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법조인의 책무는 피해자 권익 보호에 최우선적 가치를 두는 것이다. 다분히 언론 노출을 기대하고 벌이는 경쟁적 형사 고소 행태는 법조계의 신뢰를 손상하고 피해자들에게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법률가들이 진정으로 피해자의 이익만을 위해 이 사건이 다뤄지길 희망한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