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면서 세계 각국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발 빠르게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버드대에 다니는 유학생 7000여명은 일시적인 법원 결정으로 당장은 제약을 피했지만 비자 지연과 행정 혼란으로 인해 유학 포기를 고려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하버드는 즉각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정부 조치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켰다. 그러나 유학생들의 비자 발급이 늦어지고 있고 입학을 보류하거나 아예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공공행정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독일 국적의 미하엘 그리츠바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장학금까지 따내며 수년간 준비한 유학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법원 판결이 나와도 정부가 그걸 수용할지 우리가 학기 전에 대응할 시간이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다니며 하버드 교육대학원 입학을 앞둔 한 영국인 학생은 “유학생 금지를 실제로 강행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며 “만약 하버드에 가게 되더라도 국제학생으로서 감시받는 듯한 불안감을 안고 지낼 것 같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학부 자치기구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압둘라 샤히드 시알은 “일부 학생은 미국 내외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학교 측과 협력해 전학을 희망하거나 강제로 전학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해외 주요 대학들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연방공대의 코린 푀우즈 대변인은 “이번 조치로 미국 유학을 재고하는 우수한 글로벌 인재들이 우리 학교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 연방공대 소속 유학생 22명이 비자 관련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의 명문대 연합체인 러셀그룹 소속 대학들은 하버드 유학생 수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학 컨설팅 업체 옥스브리지 어플리케이션즈의 톰 문 부대표는 “미국 유학에 대한 회의감이 영국과 유럽연합(EU) 학생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은 유입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미국발 학부 지원은 전년 대비 16%, 대학원 지원은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과대도 하버드로 교환 예정이던 학생이 있다고 밝혔으며, 네덜란드 교육부는 “유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향을 받은 유학생 중에는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의 딸 클레오 카니, 벨기에 엘리자베트 공주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트 공주는 하버드 1학년을 마친 상태로 벨기에 왕실 대변인 로레 반도르네는 “이번 조치의 영향은 며칠 또는 몇 주 내로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